주님 공현 대축일 후 목요일 ’25/01/09

부모가 똑똑하고 예쁜 자식뿐만 아니라 오히려 잘 안 풀리고 힘들게 세상을 살아가는 자식에게 더 관심을 기울인다고 해서 나머지 자식들을 버린 것이 아닌 것처럼, 예수님께서 가난한 이들을 우선적으로 선택하셨다고 해서 가난하고 힘겹게 살아가지 않는 이들을 저버렸다거나 제외시켰다고 보기는 힘듭니다. 예수님께서 유다인을 선택하셨다고 해서 즉 이스라엘에 태어나셨다고 해서 다른 모든 나라의 민족과 백성들을 하느님의 사랑과 구원에서 제외시켰다고 볼 수 없는 것처럼 말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오늘 회당에 들어가셔서 이사야 예언서 61장 1절을 읽습니다. “주님께서 나에게 기름을 부어 주시니, 주님의 영이 내 위에 내리셨다. 주님께서 나를 보내시어 가난한 이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고, 잡혀간 이들에게 해방을 선포하며, 눈먼 이들을 다시 보게 하고, 억압받는 이들을 해방시켜 내보내며, 주님의 은혜로운 해를 선포하게 하셨다.”(루카 4,18-19)

언젠가 두봉 주교님께서 예수님의 가난하고 어려운 이들을 우선적으로 선택하신 것에 대해 이렇게 설명하신 바 있습니다. “성당의 저 뒤에 앉아 있는 이들이 다 들을 수 있도록 큰 소리로 말한다고 해서, 앞에 가까이 앉아 있는 이들을 저버린 것이 아니라 다 들리게 하신 것입니다.” 그렇다면 가난하고 어려운 이들까지 선택하셨다는 말이 더 적합한 말이 될 수도 있어 보입니다. 이러한 예수님의 선택을 바라보며, 우리 가정이나 주변의 어느 누가 지금 어렵게 살아가고 있는지 확인해 보고 관심과 배려를 기울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