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공현 대축일 전 토요일 ’25/01/04

유다 오천 년의 신비를 헤아리는 이미지 중의 하나가, 무화과 나무 아래에서 하늘을 바라보는 장면입니다. 바로 메시아를 기다리는 장면이라고들 해석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갈릴래아에 가셔서 필립보를 만나시고 그에게 “나를 따라라.”(요한 1,43)하고 이르심으로써 제자를 삼으십니다. 필립보는 바로 나타나엘이란 형제를 만나 예수님에 대해 알립니다. 

이 필립보가 나타나엘을 만나 말하였다. “우리는 모세가 율법에 기록하고 예언자들도 기록한 분을 만났소. 나자렛 출신으로 요셉의 아들 예수라는 분이시오.”(45절) 

하지만 나타나엘은 필립보의 말을 의심쩍게 받아들이고는 그가 가지고 있던 선입관에서 비롯된 하찮은 평가를 내리며 조롱 삼아 이야기합니다. “나자렛에서 무슨 좋은 것이 나올 수 있겠소?”(46절ㄱ) 

말로는 더 이상 설명할 수 없던 필립보는 나타나엘에게 “와서 보시오.”(46절ㄴ) 하고 안내합니다.

우리는 우리가 경험해 온 바를 토대로 대상 지역과 사람을 평가하게 됩니다. 때로는 우리가 일일이 경험하지 않았어도, 선후배들의 역사적인 평가와 일어난 사실들을 전수받아 마치 우리의 경험치처럼 습득하여 이해하게 됩니다. 그런데 나타나엘은 자기가 들어온 바와는 전혀 다른 현상을 겪게 되고 새롭게 변화됩니다.

예수님께서 나타나엘이 당신 쪽으로 오는 것을 보시고 그에 대하여 말씀하셨다. “보라, 저 사람이야말로 참으로 이스라엘 사람이다. 저 사람은 거짓이 없다.”(47절)

예수님의 말씀을 들은 나타나엘이 다소 당황하여 예수님께 “저를 어떻게 아십니까?”(48절ㄱ) 하고 물으니, 예수님께서 그에게 “필립보가 너를 부르기 전에, 네가 무화과나무 아래에 있는 것을 내가 보았다.”(48절ㄴ) 하고 답하십니다.

자신의 인격과 능력을 인정해 주고 지지해 주는 사람을 만나는 사람이 행복한 사람이라고 하는 말이 있듯이, 나타나엘은 자신을 알아봐주는 예수님께 깊이 탄복하며 예수님께 자신의 신앙을 고백하고 봉헌합니다. “스승님, 스승님은 하느님의 아드님이십니다. 이스라엘의 임금님이십니다.”(49절)

나타나엘의 신앙고백을 들은 예수님께서는 “네가 무화과나무 아래에 있는 것을 보았다고 해서 나를 믿느냐? 앞으로 그보다 더 큰 일을 보게 될 것이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는 하늘이 열리고 하느님의 천사들이 사람의 아들 위에서 오르내리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50-51절)라는 예언으로 칭찬하고 격려해 주십니다.

주님께서는 나를 어떻게 알고 계실까? 주님께 비친 내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

내 인격과 내 전 생애를 다 알고 계신 주 예수님께, 내가 알게 모르게, 내가 주님께서 내게 베풀어 주신 은총을 다 기억하든 못하든, 나와 함께 쌓아오신 그 신앙의 신비를 내가 다 깨우치든 못하든, 나와 함께하시며 나를 돌봐주시고 오늘 이때까지 이끌어 주신 주님께 찬미와 감사를 드리며, 나를 주님 구원사업의 도구로 써 주시기를 감히 청하며 봉헌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