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공현 대축일 후 화요일 ’25/01/07

매년 연초가 되면 여러 가지 본당의 한 해 행사를 짜게 되는데 그때 도움을 요청하는 분들의 모금 계획 일정도 함께 짜게 됩니다. 매주 도움을 달라고 신자들에게 요청할 수도 없고, 대게 본당의 사제들이 피정이나 연수에 들어갈 때나 사목적으로 청소년이나 신자들과 함께 자리를 비울 때와 연관하여 모금 계획을 짜게 됩니다. 그런데 늘 모금요청보다 배정하는 일정이 짧고 기존의 교구 2차 헌금들 때문에 많이 잡을 수 없어 아쉽고 또 나누어 주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부담이 들기도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오늘 하루 종일 주님의 말씀과 가르침을 받고 먹을 시간이 되자 제자들에게 어떻게 하면 좋을지 묻습니다. 제자들은 자기 먹을 것은 자기가 사서 먹도록 하자는 합리적인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그런데 주님께서는 난데없이 "너희가 그들에게 먹을 것을 주어라."(마르 6,37) 라고 하십니다. 그러자 제자들이 어떻게 우리가 이분들을 다 먹여 살리라는 말이냐고 하소연합니다.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너희가 전부 다 책임지라고도 하지 않으시고, 또 가진 것을 모두 다 내놓으라고도 하지 않으시고, 그저 "너희에게 빵이 몇 개가 있느냐?"(38절ㄱ)고 물으시고,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가 있습니다."(38절ᄂ) 라는 말을 들으실 뿐 더 채근하지는 않으십니다. 그리고 제자들이 가져온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드시고 아버지께 기도를 바치신 다음 제자들에게 나누어 주라고 건네주시며 거기 모인 장정만 오 천명 되는 사람들을 다 배불리 먹이시고도 열두 광주리가 남을만한 큰 기적을 베풀어 주십니다.

주님은 우리가 주님께 봉헌하지 않아도 기적을 베푸실 수 있는 분이시지만 우리에게 요청하십니다. 그리고 우리에게 부담을 주시려고 하지도 않으시고, 지금 너희가 나눌 수 있는 만큼 주면 내가 부풀려 주겠다고 하시는 듯합니다. 나눔이 기적을 가져오는 도구이기에 부담이나 어려움 없이, 자신이 지금 자신의 위치와 처지에서 나눌 수 있는 만큼 나누기 시작하면서 정성을 바치는 것으로 우리 할 바를 다하기로 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