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공현 대축일 후 수요일 ’25/01/08

가끔 우리는 하느님께서 우리를 돌봐주시지 않는다고 여기기도 하고, 내가 원하는 것은 잘 들어주지 않으신다고 실망하기도 합니다. 가톨릭 교리서는 “우리가 알든 모르든, 기도는 하느님의 목마름과 우리 목마름의 만남이다.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당신을 목말라하기를 갈망하신다.”(2560항) 라고 하고 있습니다.

오늘 예수님께서는 복음에서 빵의 기적을 베푸신 후 제자들을 먼저 보내시고 군중을 돌려보내고 산에 올라 기도하십니다. 그런데 제자들이 탄 배가 호수 한가운데서 풍랑을 맞아 고생하고 있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뭍에 계시면서 그 광경을 바라보시며 안타까워하셨습니다. 아마도 주님은 

‘왜 저들이 저 정도의 일로 저렇게 혼비백산하나?’ 

‘왜 내가 자신들을 바라보고 있는데 왜 내게 도움을 청하지 않는가?’

라고 의아해하셨을지 모릅니다.

그런데 정작 그들을 도와주러 그들 곁으로 가자, “제자들은 호수 위를 걸어오시는 예수님을 유령인 줄로 생각하여 비명을 지릅니다.”(마르 6,49)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그들에게 “용기를 내어라. 나다. 두려워하지 마라.”(50절) 하시고는 “그들이 탄 배에 오르시니 바람이 멎었다.”(51절) 라고 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함께하려고 하시지만, 우리가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거나 다른 방법을 택함으로써, 주님을 알아보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우리에게 다가오시고 길을 펼쳐주시는 주님을 오히려 유령처럼 방해꾼으로 여겨 피하기까지 하여, 주님과 함께하지 못합니다. 또 우리가 바라는 것이 주님께서 펼쳐주시고 이끄시는 길과 너무나 달라서, 헤매고 방황하고 말 때도 많습니다. 서로를 목말라하면서도 평행선처럼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지고 바라본다면 공허해지고 안타깝기 그지없지만, 서로의 지향과 원의가 일치할 때 하나될 수 있습니다. 그처럼, 우리를 향해 다가오시는 주님을 깨닫고 맞이하며, 나의 원의를 주님의 뜻 안으로 향하여, 주님께서 내려주시는 평화와 기쁨을 누리도록 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