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18주간 목요일 ’25/08/07

우리는 가끔 물이 절반 정도 담긴 병을 보고서, “물이 반병밖에 안 남았습니다.”라는 말과 “반병이나 남았습니다.”라는 말의 어감이 사고방식과 행동방식에 커다란 영향을 끼친다는 말을 듣곤 합니다.

오늘 독서를 보면, 이스라엘 공동체가 광야에서 마실 물이 없자 모세와 아론에게 달려와 불평을 합니다. “아, 우리 형제들이 주님 앞에서 죽을 때에 우리도 죽었더라면! 어쩌자고 당신들은 주님의 공동체를 이 광야로 끌고 와서, 우리와 우리 가축을 여기에서 죽게 하시오?”(민수 20,3-4) 

모세와 아론이 만남의 천막 어귀로 가서 얼굴을 땅에 대고 엎드리자, 주님의 영광이 나타나 말씀하십니다. “너는 지팡이를 집어 들고, 너의 형 아론과 함께 공동체를 불러 모아라. 그런 다음에 그들이 보는 앞에서 저 바위더러 물을 내라고 명령하여라. 이렇게 너는 바위에서 물이 나오게 하여, 공동체와 그들의 가축이 마시게 하여라.”(8절) 이렇게 불평한 백성들은 가난안 땅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되리라는 벌을 받습니다.

그런가 하면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사람의 아들을 누구라고들 하느냐?”(마태 16,13)라고 물으시자, 

제자들은 세례자 요한, 엘리야, 예레미야나 예언자 가운데 한 분이라고 한다고 전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재차 “그러면 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하느냐?”(15절)라로 물으십니다.

그러자 베드로는 예수님께 “스승님은 살아 계신 하느님의 아드님 그리스도이십니다.”(16절) 하고 대답합니다. 

이러한 고백으로 베드로는 주님께 칭찬을 받습니다. “시몬 바르요나야, 너는 행복하다! 살과 피가 아니라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께서 그것을 너에게 알려 주셨기 때문이다.”(17절) 

그러시고는 베드로의 굳건한 믿음 위에 교회를 세우시겠다고 선언하십니다. “나 또한 너에게 말한다. 너는 베드로이다. 내가 이 반석 위에 내 교회를 세울 터인즉, 저승의 세력도 그것을 이기지 못할 것이다.”(18절) 

이어서 베드로에게 주님을 제대로 알아 뵙고 따랐다는 의미의 상이라도 주시는 듯 하늘나라의 열쇠를 맡기십니다. “또 나는 너에게 하늘 나라의 열쇠를 주겠다. 그러니 네가 무엇이든지 땅에서 매면 하늘에서도 매일 것이고, 네가 무엇이든지 땅에서 풀면 하늘에서도 풀릴 것이다.”(18-19절)

그러고 보면, 오늘 독서에서는 광야에서 모세와 아론은 주 하느님을 온전히 믿지 못해서 백성들에게 적절히 주 하느님을 거룩히 드러내지 못했다는 이유로 벌을 받습니다. 

그런데 오늘 베드로는 예수님이 누구이신지를 정확히 알고 믿어 고백했다는 이유로 상을 받습니다. 아마도 명확치 않지만 모세와 아론은 현세적인 한계 앞에서 기대할 수 없는 믿음으로 주님께 절망 속에서 하소연을 해서 벌을 받았는지 모릅니다, 베드로는 현세의 다른 사람들과는 전혀 동떨어지게 예수님 안에서 주 하느님의 신성을 발견하고 그 신성을 고백했다는 면에서 상을 받습니다. 베드로는 자신이 기대할 수 없고 발견할 수 없는 사실을 믿음 안에서 고백하게 됨으로써, 사실 그 믿음은 하느님께서 베드로의 마음속에 직접 심어주신 것이라는 인정을 받습니다. 

현세에서 보이지 않고 기대할 수 없는 하느님의 뜻을 찾고 그 뜻을 현실에 적용하려고 할 때, 우리는 사람의 일을 하면서도 하느님의 일을 생각하는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