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의 거룩한 변모 축일 ’25/08/06 수요일

가끔 예쁘게 생긴 미녀들이 나와서 화장품을 찍어바르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 장면을 보다보면, 마치 그 화장품을 바르면 내 못생긴 얼굴도, 아니 내 개성있는 얼굴도 개성이 다 없어지고, 다 그 모델의 얼굴처럼 된다고 말하는 것처럼 들립니다. 똑 같은 얼굴, 똑 같은 피부를 가진 사람이 되기를 바라는 것은 아니겠지요? 실제로 그거 뭐 하나 바른다고 그렇게 되지도 않을 테니까요. 가끔 생각해 봅니다. 나는 어떤 모습의 나를 바랄까? 나는 어떤 모습으로 사람들에게 각인되기를 바랄까? 만일 우리가 모델처럼 되기를 바란다면, 우리 중에 아무도 엄마 아빠 되고 싶은 사람은 없을지 모릅니다. 수술하고 쳐바르고 얼굴 가꾸는 데 바빠서 엄마 아빠 할 시간이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 대신 우리는 인자하고 자상한 어머니, 가족을 위해 헌신하는 보호자 아버지의 모습을 간직하고 싶을 것입니다. 그것은 얼굴의 생김새나 피부의 질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마음과 태도에서 나타나는 것이겠지요.

오늘은 주님의 거룩한 변모 축일입니다. 예수님께서는 기도하시러 산에 오르셔서 “기도하시는데, 그 얼굴 모습이 달라지고 의복은 하얗게 번쩍였다.”(루카 9,29)라고 합니다. 모세와 엘리야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그 내용은 “영광에 싸여 나타난 그들은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서 이루실 일, 곧 세상을 떠나실 일을 말하고 있었다.”(30-31절)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예수님께서 사람들의 죄를 대신 짊어지시고 새 생명을 주실 것이기 때문에 환하게 빛났다고 하는 표현이 맞습니다.

예수님께서 사람들을 구하시기 위해 돌아가시리라는 사실을 정확히 모르는 베드로는 엉뚱한 꿈을 꿉니다. “스승님, 저희가 여기에서 지내면 좋겠습니다. 저희가 초막 셋을 지어 하나는 스승님께, 하나는 모세께, 또 하나는 엘리야께 드리겠습니다.”(33절) 여기서 우리는 정확히 알아듣게 됩니다. 하느님의 은총은 바로 사람들을 살리기 위해, 희생하기 위해 주어지는 것입니다. 영광스럽게 변화된 모습은 바로 다른 이를 위해 희생하는 모습이라는 것.

우리 모두는 잘 압니다. 변화된 모습은 외적으로 아름다운 모습으로 비춰지기 위해 이것저것 바르며 운동하고 노력하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이를 사랑하여 희생하기에 다른 이의 눈에 영광스럽게 비춰지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할아버지 할머니의 주름살을 아름답다고 표현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땀흘려 일하는 모습. 정직한 삶을 살아가는 모습. 자녀와 가족을 사랑하는 모습. 이웃을 위해 희생 봉사하는 모습. 그 모습이 우리의 모습이고 영광스럽게 비춰질 모습입니다. 볼 눈이 있는 사람은 알아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