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18주일(다해) 루카 12,13-21; 25/08/03

언젠가 한 번 신문 기사에서, 어떤 사람이 복권에 당첨이 되서 25억원을 타게 되었다는 내용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그분은 동생들에게 집을 사줘서 잘 살게 해주고 싶다고 했습니다. 좋은 일입니다. 

만일 우리에게 25억짜리 복권이 당첨되면 무엇을 하겠습니까? 

만일 우리 본당에 교구에서 상금을 준다면? 

구역반장 단체장 수고했다고 예루살렘 성지순례부터 보내드릴까? 신자들 모두 한 번 회비 안 내고 먹고 마시는 잔치를 벌일까?

예수님께서는 상속을 더 받으려는 사람과 가난한 사람들을 모르는 체하다가, 돈을 써보지도 못한 채 죽는 어리석은 부자를 일컬어 말씀하시는 듯합니다. "너희는 주의하여라. 모든 탐욕을 경계하여라."(루가 12,15ㄴ) 

욕심은, 첫째, 타인을 희생시키면서까지 자기의 소유물을 쌓으려는 것과 

둘째, 인색함으로써 이미 가지고 있는 것에 집착하는 것 두 가지입니다. 

성 바오로 사도는 욕심을 성적인 무질서에까지 연관시켜 이야기합니다. 그래서 욕심은 물질적인 이득이든 감각적인 쾌락이든 간에, 이웃에게 봉사하려고 하기보다는 이웃을 이용하려고 든다고 봅니다. 실제로 욕심이 많은 자는 자기를 위하여 타인을 희생시키고, 필요하다면 폭력까지도 서슴지 않는 악행과 연결되는 것을 심심찮게 봅니다.

욕심은 하느님께서 내가 겪도록 허락하신 정신적 시련을 피하려고 하는 데서부터 생겨납니다. 그래서 항상 만족할 줄 모르고 언제나 불평만 늘어놓으며, 어떻게든 한 푼이라도 더 모으려고 애씁니다. 그러다가 심지어는 남의 것까지 탐하는 죄마저 짓게 됩니다. 결국 하느님을 무시하고 이웃에게 해를 끼칩니다. 예수님께서는 이런 욕심꾸러기들에게 명백하게 말씀하십니다. "사람은 빵만으로 살지 않고 하느님의 입에서 나오는 모든 말씀으로 산다."(신명 8,3; 마태 4,4)

그런가 하면 오늘 복음에 나오는 부자는 열심히 일해서 많은 소출을 얻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창고를 지어 자기 곡식과 재산을 넣어 두려고 했습니다. 그리고 실컷 쉬고 먹고 마시며 즐기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그에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하느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어리석은 자야, 오늘 밤에 네 목숨을 되찾아 갈 것이다. 그러면 네가 마련해 둔 것은 누구 차지가 되겠느냐?’ 자신을 위해서는 재화를 모으면서 하느님 앞에서는 부유하지 못한 사람이 바로 이러하다."(20-21절)

그야말로 누구처럼 복권에 당첨된 것도 아니고, 열심히 일해 번 돈을 자기를 위해 쓰는 것을 탐욕이라 하시며 이렇게 말씀하신다면, 우리보고 도대체 어떻게 살라는 것입니까?

코헬렛은 오늘 첫 번째 독서에서 말합니다. "지혜와 지식과 재주를 가지고 애쓰고서는 애쓰지 않은 다른 사람에게 제 몫을 넘겨주는 사람이 있는데 이 또한 허무요 커다란 불행이다."(코헬 2,21) 

우리는 성당에 나오면서, 하느님께로부터 은총을 받기를 원합니다. 그리고 가끔은 자기가 힘들 때, 신자 공동체로부터 도움을 받기를 원합니다. 그런데 그 도움을 받을 이가 언젠가는 나일지도 모르지만, 오늘은 내가 아닙니다. 

여기서 우리는 '공유'라는 개념을 생각해 보아야 하겠습니다. 쉽게 말해서 물질은 ‘나 혼자 먹으라고 준 것이 아니라, 나누라고 내게 맡긴 것이다.’라는 생각입니다. 가장이 벌어서 가족이 먹듯이, 내가 벌어서 우리가 산다는 것인데, 누가 우리라는 팔과 범위 안에 있는지 각자 살펴보아야 하겠습니다.

성 바오로 사도도 두 번째 독서에서 콜로새 신자들에게 말합니다. “여러분은 그리스도와 함께 다시 살아났으니, 저 위에 있는 것을 추구하십시오. 위에 있는 것을 생각하고 땅에 있는 것은 생각하지 마십시오.”(콜로 3,1.2) 그리고 "여러분 안에 있는 현세적인 것들, 곧 불륜, 더러움, 욕정, 나쁜 욕망, 탐욕을 죽이십시오. 탐욕은 우상 숭배입니다."(5절)라고 하십니다.

우리는 천주교회입니다. 천주교회는 사세확장과 매출증대로 한창 잘 나간다는 회사가 아닙니다. 이 지역사회와 신자들과 함께 사는 동네 사람들이 우리를 향해 기대하는 것도 이런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주님을 믿는다고 하는 우리가 해야 할 것은 어린이, 노인, 장애우 등 우리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주님의 이름으로 다가가는 것입니다. 우리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그분들 안에서 우리에게 호소하시는 주님의 음성을 들을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또 그러한 주님의 호소를 들을 때, 적절히 응답하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주님은 우리 인간에 대한 사랑 때문에 "굳이 하느님과 동등한 존재가 되려하지 않으시고 오히려 당신의 것을 다 내어 놓으"(필리 2,6)셨습니다. 그러나 욕심 많은 자는 자기가 가지고 싶은 것이라면 빼앗아서라도 가져가야 성이 풀리고, 추하리만큼 청승맞게 그것을 지키려고 안간힘을 다 씁니다.

주님은 "부유하시면서도 여러분을 위하여 가난하게 되시어, 여러분이 그 가난으로 부유하게 되도록 하셨습니다."(2코린 8,9) 그러나 욕심 많은 사람들은 자기의 이익을 위하여, 가난한 사람들을 착취합니다(야고 5,1-6; 루가 20,47; 마태 12,40 참조).

성 바오로 사도는 "돈을 사랑하는 것이 모든 악의 뿌리"(1티모 6,10)라고 지적합니다. 하느님께서 자신을 얼마나 용서해 주시고 사랑해 주셨다는 것을 믿는 사람은, 겸손하게 이웃을 이해하고 존중하며 이웃을 위해 봉사합니다. 그러나 하느님을 믿지 못하고 돈을 사랑하는 사람은, 돈에 눈이 멀어 이웃을 이용하려고 듭니다.

"그리스도와 함께 다시 살아났으니, 저 위에 있는 것을 추구하십시오."(콜로 3,1ㄱ)라고 하시는 성 바오로 사도의 말씀을 받들어, 돈에 욕심을 버리고, 하느님을 섬기고 이웃을 사랑하는데 욕심을 부리기로 합시다.

물질을 넘어 영으로, 그리고 어려운 이들 안에서 단지 물질의 분배가 아닌 함께함으로 우리를 초대하시는 주님의 음성을, 미사 성제와 성사 그리고 기도 안에서 듣고 응답하기로 합시다. 

“사람의 생명은 그의 재산에 달려 있지 않다.”(루카 12,15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