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훈 유스티노 신부님 고별강론

찬미예수님

오늘 복음은 '생명의 빵' 담화를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오천 명을 먹이신 기적' 이후, 이어진 길고 긴 가르침 끝에서 우리가 마주하는 사람들의 반응은 다소 당황스럽게 다가옵니다. 지난 주 복음에서 '유다인'들이 이해하지 못하고 수군거렸다면, 오늘은 예수님을 따르던 제자들 가운데 많은 이가 스승님의 가르침을 '듣기 거북해 하고' 투덜거리고 있으며, 나아가 더이상 주님과 함께 하지 않게 되었으니 말입니다.

이들이 주님을 떠나가는 이유는 이해하기 어렵고, 받아들이기 힘든 주님의 가르침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벌써 그 '놀라운 기적'을 잊고 있기 때문입니다. 바로 눈앞에서 빵이 불어나고 모든 이가 배불리 먹게 되는 '체험'을 분명히 했음에도, 이 '망각'이 그들로 하여금 넘어지게 하고 있습니다. 만약 그 당시 불가능이 실현된 것에 대한 놀라움과 허기짐을 채워주심에 대한 감사함을 기억할 수 있었다면, 이들은 그렇게 예수님 곁을 떠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이런 이들을 지켜보며, 하느님 체험과 그 사랑에 대한 기억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깨닫습니다. 오늘 첫번째 독서도 이스라엘도 일찍부터 '기억', "떠올림"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었음을 전합니다. 약속된 땅의 정벌을 마친 여호수아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스켐에 모든 지파를 모이게 한 뒤, '하느님만을 섬기는 계약'을 맺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스라엘이 "자신들이 걸어온 그 모든 길에서, 또 지나온 그 모든 민족 사이에서 지켜주신" 주님의 손길을 잊지않고 고백하는 것이지요.

두번째 독서에서는, 바오로 사도가 이 '기억함'이 가진 힘에 대해 가르칩니다. 사도는 부부가 진정으로 서로 사랑하고 존중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그리스도께서 교회를 사랑하시고, 교회를 위하여 당신 자신을 바치신 것'을 기억해야 한다 권고합니다. 그래야 이 관계 안에 자리한 사랑이 '제 목숨마저 내어놓은' 예수님 사랑을 닮을 수 있으며, 이로 말미암아 그리스도의 이 교회에 대한 사랑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다시 한번 주님을 떠나가는 이들을 돌아봅시다. 이들이 주님 곁을 지키지 않고, 그분을 '믿지 않기로' 한 것은 결국 자신들의 결정에 따른 것입니다. 반면, 아버지의 허락 - 그러니까 아버지의 이끄심을 받아들이는 이들은, 주님께서 열어주신 '믿음의 가능성'으로 나아갑니다. 그래서 '믿을 수 있음'은 일종의 하느님 선물이라 하겠습니다. 무엇보다 이 선물이 언제나 우리네 인간의 그 어떤 응답보다 앞서며, 하느님의 아들 예수님의 육화와 죽음과 부활 사건 안에서 구체화되었음을 우리는 알고 믿고 있는 것이지요.

주님 안에 사랑하는 교형 자매 여러분.

주님께서 남기신 가르침과 소중한 표징을 가까이 하며 사는 우리의 대답은 거북함 속에 떠나가는 이들이 아니라, 당당하게 주님 곁에 있겠다 고백하는 '베드로'의 응답을 닮아야 하겠습니다. 

이를 위해 주님의 자기 희생을 기억하고 현재화하고 기념하면서, 그 사랑에 '감사'드리는 이 교회의 성사 안에서 함께 기도해야 하겠습니다. 그래서 이 기도 안에서 우리가 걸어온 '모든 길'에서 함께 하시고 지켜주시는 그리스도와 참된 일치를 이루면서, 거룩하고 흠없는 모습을 향해 함께 한마음으로 나아가기를 두 손 모아 기도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