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31주일(나해) 마르 12,28ㄱㄷ-34: ’24/11/03

안녕하세요. 이번에 등촌3동 성당으로 온 이민구 프란치스코 신부입니다. 반갑습니다. 

강론하겠습니다. 오늘 연중 제31주일의 독서와 화답송, 복음은 모두 사랑이라는 주제로 하나로 연결됩니다. 하느님과 이웃을 향한 사랑은 우리의 신앙생활에서 가장 중요하고 핵심적인 덕목이며, 오늘의 말씀은 그 사랑이 어떻게 구체적으로 드러나야 하는지에 대해 우리에게 깊이 가르치고 있습니다.

1독서 말씀은 신명기 6장 2-6절로, 하느님을 향한 전인적 사랑을 강조합니다. 모세는 이스라엘 백성에게 하느님의 계명을 지키고, 마음과 목숨과 힘을 다해 하느님을 사랑하라고 권고합니다. “너희는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주 너의 하느님을 사랑해야 한다.”(신명기6,5)라는 말씀은 하느님께 대한 사랑이 우리의 모든 존재를 통해 드러나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이 사랑은 단지 감정적이거나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우리의 삶과 전 존재를 다해 하느님을 향해 나아가고 그분의 뜻을 따르려는 깊은 헌신입니다. 하느님을 향한 이 전인적인 사랑은 우리가 신앙 안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줍니다.

오늘 화답송은 시편 18편입니다. “저의 힘이신 주님, 당신을 사랑합니다.” 시편 저자는 하느님께 대한 깊은 신뢰와 사랑을 고백합니다. 주님께서는 우리의 피난처와 구원이 되어 주시며, 그 사랑 안에서 우리는 어떤 어려움에서도 지탱될 수 있습니다. 시편 저자는 “주님은 저의 반석, 저의 산성, 저의 구원자이십니다”라고 노래하며, 하느님께 대한 사랑이 우리의 삶 속에서 얼마나 강력한 힘이 되는지를 표현합니다. 이 화답송은 하느님을 사랑하고 의지할 때, 우리도 흔들림 없이 그분의 사랑 안에서 살아갈 수 있음을 일깨워 줍니다.

2독서에서는 히브리서 7장 23-28절이 예수 그리스도께서 영원한 대사제로서 우리를 위해 드리는 사랑을 강조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완전한 대사제로서 우리의 죄를 위한 영원한 희생 제물이 되셨으며, 그분의 사랑은 단 한 번의 제사로 완전한 구원을 이루셨습니다. 예수님의 사랑은 자기 희생을 통해 완전한 용서와 자비를 주신 사랑입니다. 그리스도의 이 사랑이 우리에게 주어졌기에, 우리는 하느님께 나아가고 구원의 은총을 얻을 수 있는 길을 얻게 되었습니다. 예수님의 이러한 사랑은 단순한 사제직을 넘어서, 모든 인류를 구원하고자 하는 하느님의 끝없는 사랑을 나타내며, 우리가 본받아야 할 사랑의 표본이 됩니다.

복음에서도 사랑을 말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가장 중요한 계명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으시고, 두 가지 계명을 말씀하십니다. “네 마음을 다하고 네 목숨을 다하고 네 정신을 다하여 너의 하느님을 사랑하라”는 첫째 계명과, “네 이웃을 네 자신처럼 사랑하라”는 둘째 계명입니다. 이 두 계명은 우리 신앙의 핵심이며, 우리 삶의 중심이 되어야 합니다. 사랑이 곧 하느님을 향한 길이며, 이웃과의 관계에서 하느님의 현존을 드러내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하느님 사랑은 우리의 모든 것을 다해 드리는 사랑입니다. 이웃 사랑은 하느님의 사랑을 세상에 드러내는 행위입니다. 사랑은 우리를 변화시키고, 하느님 나라를 세상에 실현하게 합니다. 사랑은 세상의 모든 차이를 초월하여 하느님의 자비와 은총을 드러내는 가장 강력한 도구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하느님의 사랑을 닮아 이웃에게 다가가고, 우리의 삶 속에서 하느님의 사랑을 나누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그래야 세상은 조금씩 변화합니다. 하느님의 사랑이 우리가 사는 곳에서부터 퍼져 나갈 때, 우리는 하느님 나라의 기초를 세우고 있는 것입니다. 사랑은 우리 자신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의 공동체와 세상을 위한 힘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