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30주일(나해) 마르 10,46ㄴ-52; ’24/10/27

예전에 어느 본당에서 술을 끊은 적이 있습니다. 제가 술을 끊으니까, 많은 남자 신자분들이 섭섭해하는 가운데, 다른 한편의 신자들은 담배마저 끊기를 바랬습니다. 

그래서 저는 '끊어야 될 것이라면 언젠가는 끊어지겠죠.'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러던 중 방송국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하여 교리를 가르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기도했습니다.

  '주님, 맑고 깨끗한 목소리로 주님의 복음을 전하게 해주십시오!‘

그랬더니 녹화 1주일 전에 담배가 손에서 떨어지게 되었습니다. 

제가 이 말씀을 드리는 이유는, 우리가 주님께 무엇을 바랄 때, 그것이 진정 주님의 영광을 드러내기 위한 것일 때, 이루어질 수 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기 때문입니다.

오늘 복음을 보면, 티매오의 아들 바르티매오라는 앞 못 보는 거지가 예수님께 다가와서, “다윗의 자손 예수님,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주십시오!”(마르 10,47.48)하고 소리를 지르듯이 간청합니다. 

사람들이 조용히 하라고 해도 그는 막무가내로 달려들어 소리칩니다. 바르티매오는 그만큼 간절했는가 봅니다.

보다못한 예수님께서 그를 불러 물으십니다. "내가 너에게 무엇을 해 주기를 바라느냐?"(51절) 

그러자 그는 "스승님, 제가 다시 볼 수 있게 해 주십시오."(51절)라고 청합니다.

예수께서는 그에게 "가거라.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52절)라고 하시며, 그를 고쳐주십니다.

마르코 복음사가는 다시 보게 된 바르티매오가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예수님을 따라 길을 나셨다.”(52절)라고 전합니다.

앞 못 보는 거지는 예수님께서 자신의 눈을 뜨게 해 주실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그래서 자신이 간절히 청하면, 예수님께서 들어주시리라는 그의 믿음이 결실을 이룹니다.

예수님께서도 그 믿음을 보시고 고쳐주십니다.

오늘 복음에서 우리는 앞 못 보는 거지의 눈을 뜨게 해주시는 주님을 바라봅니다. 

바르티매오는 수많은 장님 중에서, 예수님을 절실하게 믿고, 예수님께 애걸복걸하듯 다가가서, 예수님의 선택을 받았습니다. 자신이 눈을 뜨고 보고 싶다는, 자신의 눈으로 보게 됨으로써, 다시 사회생활을 정상인처럼 하고 싶다는, 예수님을 향한 간절하고도 애절한 바람, 그리고 예수님의 선택이 기적을 이룬 것입니다.

그렇다면 간절하게 청하기만 하면, 누구나 다 선택을 받을 수 있습니까? 반드시 그렇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전승에 따르면, 그 앞 못 보는 거지 바르티매오는, 훗날 12사도의 한 사람이 되어 복음을 전하게 됩니다. 

결국 주님의 은총을 입은 사람은, 주님의 이름으로 복음을 전하는 사업을 하게 됩니다. 

주님의 은총을 입은 사람은, 스스로 보게 된 사실로 말미암아, 스스로 은총을 입은 사실을 증거할 뿐만 아니라, 은총을 내려주신 주님께 영광을 돌리고, 주님의 일을 하게 됩니다.

다른 말로 하면, 주님의 일을 수행할 사람은 자신의 약점과 상처를 치유받고, 주님을 증거하는 사랑의 사도로서, 교회의 복음사업에 참여하게 됩니다.

여러분, 여러분도 주님께 바라는 것이 있습니까? 

그것도 바르티매오처럼 사람들이 말려도 창피를 무릅쓰고서라도, 주님께 받고 싶은 은총이 있습니까? 

무엇입니까? 

스스로 생각해 보십시오. 

그것이 누구를 위한 은총이며, 그 은총이 이루어지면 누구에게 도움이 되며, 여러분의 삶은 앞으로 어떻게 변화될 것인지?

우리가 진정 주님 앞에서, 정당하고 떳떳하게 요구할 수 있는 기도 중의 하나는,

  '주님을 잘 섬길 수 있도록 우리를 휘감아 주십사’

라는 기도이고, 또 다른 하나는 우리가,

  '이웃에게 봉사하는데 필요한 재능을 달라.’

라는 기도이겠습니다. 

오늘 두 번째 독서에서, 히브리서 저자는 사도들이 하늘에서 내려온 사람이 아니라, 우리와 같은 사람들 중에서 선택된 사람이라고 말합니다. “모든 대사제는 사람들 가운데에서 뽑혀 사람들을 위하여 하느님을 섬기는 일을 하도록 지정된 사람입니다. 곧 죄 때문에 예물과 제물을 바치는 것입니다.”(히브 5,1)

그리고 주 하느님의 선택을 받았다고 해서, 그가 다른 이들보다 능력이 있고, 강한 사람은 아니라고 말합니다. 그렇지만 그의 약점과 상처를 주님의 사랑으로 채워 치유된 다음에, 같은 약점과 상처를 지진 사람을 도와줄 수 있다고 일러줍니다. “그는 자기도 약점을 짊어지고 있으므로, 무지하여 길을 벗어난 이들을 너그러이 대할 수 있습니다.”(히브 5,2)

그리고 그는 완전하고 무결점의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한번 치유받았다고 다 해결된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주님 사랑 안에 머물며 주님의 사랑과 축복을 받고 주님의 은총으로 새로 나야 한다고 덧붙입니다. “그리고 연약한 탓에 백성의 죄뿐만 아니라, 자기의 죄 때문에도 제물을 바쳐야 합니다.”(3절)

이렇게 사도들이 인간적인 약점을 가진 죄인이지만, 주 하느님께서는 그런 약점을 가진 보통 사람들 중에서 선택을 받은 사람이라고 일러줍니다. “이 영예는 어느 누구도 스스로 얻는 것이 아니라, 아론과 같이 하느님에게서 부르심을 받아 얻는 것입니다.”(4절)

그렇게 주님으로부터 뽑힌 사도들은 대사제이신 예수님의 표양을 따라, 아버지 하느님께서 예수님을 세상에 주 하느님 사랑의 사도로 뽑아서 파견하셨듯이, 예수님의 뒤를 이어 예수님 사랑의 사도직을 수행하게 될 것입니다. “이처럼 그리스도께서도 대사제가 되는 영광을 스스로 차지하신 것이 아니라, 그분께 ‘너는 내 아들, 내가 오늘 너를 낳았노라.’ 하고 말씀하신 분께서 그렇게 해 주신 것입니다.” 그래서 마침내, 주 예수님에게서 “너는 멜키체덱과 같이 영원한 사제다.”(6절)라고 인정받고, 주님께서 내려주신 소명에 따라 주님과 교회의 복음사업을 수행하게 됩니다.

오늘 바르티매오가 주님께 간절히 말씀드린, "스승님, 제가다시 볼 수 있게 해 주십시오."(마르 10,51)라는 청원은 이렇게 들립니다.

  '주님, 저를 고쳐주시고, 또 그렇게 고쳐서, 주님의 도구로 써주십시오.' 

여러분 여러분의 간절한 염원을 주님께 청하십시오. 

여러분의 염원을 주님께서 꼭 들어주시리라고 믿으면서, 꾸준히 그리고 간절하게 청하십시오.

그리고 그 은총을 입으시면, 형제자매들에게 그 은총으로 입은 결과를 나누심으로써, 주님의 복음으로, 주님의 기쁜 소식으로 증거하시게 되기를 바랍니다.

"가거라.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마르 10,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