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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주임신부
작성일 2020-10-16
ㆍ조회: 9  
[특별 기고] 낙태죄 헌법불합치 관련 정부 개정안, 무엇이 문제인가

특별 기고] 낙태죄 헌법불합치 관련 정부 개정안, 무엇이 문제인가

출산의 인격적 의미 저버릴 때, 여성의 존엄은 무너진다

24주까지 사유에 따라 낙태 허용
상담과 숙려기간 절차 마련했지만 대부분 임신 12주 이내 낙태 진행
사실상 전면 허용과 다를 바 없어
피임·낙태·체외수정·불임시술 등 몸을 도구화하는 반생명적 문화

 

정부가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과 관련해 형법·모자보건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입법 예고했다. 교회는 무고한 태아를 직접적으로 죽이는 낙태에 반대하며, 이번 정부 개정안이 태아와 여성 보호, 사회 생명 문화 조성에 악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고 있다. 그렇다면 교회 입장에서 이번 정부 개정안의 문제점은 무엇이고, 그리스도인들은 앞으로 이와 관련해 어떠한 태도를 지니고 살아가야 할까. 가톨릭대학교 생명대학원 원장 정재우(세바스티아노) 신부에게 이를 들어본다.


■ 낙태죄 유지, 그러나 사실상 전면 허용

정부의 개정안에 따르면, 형법상의 낙태죄는 그대로 유지되지만, 임신 14주까지는 사유에 관계없이 낙태를 처벌하지 않으며, 그 이후부터 임신 24주까지는 사회·경제적 사유를 비롯한 4가지 사유에 해당되면 낙태를 처벌하지 않습니다. 사회·경제적 사유의 경우, 임신한 여성이 모자보건법에 의해 지정된 곳에서 상담을 받고 24시간의 숙려기간을 거친 뒤에 낙태를 결정하면, 사회·경제적 사유가 있는 것으로 추정하여 처벌하지 않습니다.

이렇게 볼 때, 정부의 개정안은 일부의 경우에서 상담과 숙려기간의 절차를 두었을 뿐, 사실상 모든 낙태를 법적으로 허용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부의 경우’라고 말한 이유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대부분(95%)의 낙태가 임신 12주 이내에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뿐만 아니라, 의술 발달로 임신 22주의 태아도 모체 밖에서 살려낼 수 있다는 점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 국가의 의무를 포기하려는가

지난해 4월11일 헌법재판소 판결문에서는 이렇게 말합니다.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선언한 헌법 제10조에 따라 국가는 태아의 생명 보호라는 중대한 공익을 추구하여야 한다는 점은 자명하다.” 그 이전에도 헌법재판소는 수차례에 걸쳐 “태아도 헌법상 생명권의 주체가 되며, 국가는 헌법 제10조 제2문에 따라 태아의 생명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렇다면 사실상 모든 낙태를 허용하는 정부의 개정안은, 태아 생명 보호라는 중대한 공익이자 국가 의무를 사실상 포기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 낙태와 낙태약의 위험성

임신 8주가 지나면 낙태 위험성이 크게 증가하고, 낙태로 인한 모성 사망 위험은 2주마다 2배씩 증가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임신 중기 낙태는 분만보다 더 위험하다고 합니다.

이런 위험성은 낙태약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낙태약은 임신을 유지하는 프로게스테론 호르몬의 작용을 차단하여, 자궁을 수축시키고 자궁 내벽을 무너뜨리며 태아를 자궁 밖으로 배출시킵니다. 이것은 특히 임신 10주 이후에 복용하면 커다란 출혈을 유발하고, 감염과 쇼크 위험도 높다고 알려져 있으며, 실제로 이 약으로 인해 여성이 사망한 사례도 있습니다.

사실, 임신한 여성의 몸은 임신을 유지하고 태아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데, 이를 인위적으로 중단시키는 것이 여성의 몸에 해롭지 않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이른바 ‘안전한 낙태’란 없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 낙태 상담, 요식 절차로 전락 우려

낙태의 기로에 선 여성이, 임신을 유지하면 경제적·심리적·사회적으로 어떤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 낙태 시술의 과정은 어떠하고, 낙태의 합병증은 어떠한지 등에 대한 설명을 듣는 것은 대단히 필요한 일입니다.

하지만 정부의 개정안에 따르면, 상담은 임신 15주를 넘긴 여성에게만 제공될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상담이 실질적으로 태아와 여성을 낙태에서 보호하도록 정부가 적극적으로 관리할지도 의문입니다. 이렇게 우려하는 이유는, 낙태 전 상담이 이미 법제화된 독일에서도 그 상담이 태아를 보호하려는 법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대단히 형식적으로 이루어진다고 평가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경우도, 상담이 단지 합법적인 낙태를 위한 요식적인 절차로 전락할 것이 매우 우려됩니다.


■ 낙태 시술에 대한 양심적 거부

생명의 봉사자로서 본분을 지키려는 수많은 의료인들이 양심에 반하는 낙태 시술을 강요받아서는 안 될 것입니다. 그런데 정부의 개정안에는 의사의 양심적 거부를 언급할 뿐, 다른 의료인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가령 간호사가 개인의 신념에 반하는 낙태 시술에 보조로 참여하도록 강요되어도, 이를 거부할 수 없게 될 것입니다. 이것은 대단히 불행한 일이므로, 의사 외에 다른 의료인들도 낙태 시술에 참여하기를 거부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 여성의 몸, 인격적 존재

의술이 발달한 오늘날, 여성의 가임력은 필요에 따라 인위적으로 감소시키고(피임), 중단시키고(낙태), 반대로 과도하게 자극하며(체외수정), 심지어 종결시키는(불임시술) 대상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여성의 몸은 변형과 조작의 대상이 되고, 물질의 수준으로 격하됩니다. 이는 출산을 ‘생식’, ‘재생산’이라고 부르는 사고방식에서도 드러납니다. 이때 여성의 몸은 순전히 생물학적인 기능의 차원으로만 다루어지고, 출산의 인격적 의미도 가려져 버립니다.

그러나 이것은 여성의 존엄에 대한 침해입니다. 여성의 몸은 사용하고 조작하는 도구가 아니라, 존중하고 돌봐야 할 인격적 의미를 지닙니다. 생명의 잉태라는, 남성은 결코 경험해볼 수 없는 고유하고 고귀한 의미를 생각하며, 여성의 자연스런 가임력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인격의 문화, 생명의 문화, 사랑의 문화를 만들어야 합니다.


■ 임신·출산에 대한 공동체의 책임

임신과 출산, 삶과 죽음은 결코 개인의 일에 불과할 수 없습니다. 그것은 우리 공동체의 일이며, 우리 사회의 일입니다. 그렇다면 임신과 출산에 대한 우리 사회와 국가의 책임이 더욱 강조되어야 합니다.

정부 개정안은 확정된 법률이 아니라, 국회 논의를 거쳐야 할 법률안 중 하나입니다. 앞으로 국회에서 어떻게 논의가 되는지를 주의 깊게 지켜보고, 가능한 한 여성과 태아를 모두 보호하는 법률이 만들어지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그리스도인이자 국민으로서, 생명을 존중하는 많은 분들의 목소리가 정치인들에게 전달되도록 움직여야 하겠습니다.

정재우 신부 (가톨릭대학교 생명대학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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