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12주간 목요일 ’25/06/26

“시앗을 보면 길가의 돌 부처도 돌아 앉는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남편이 첩을 두면 부처님같이 착하고 선한 아내도 시기한다는 뜻이라고 합니다. 가끔 우리는 일부다처제의 문화 속에서 정실부인과 그 자식의 아픔을 먼저 기억하고 두둔합니다. 그런데 정작 소실과 그 자녀들의 아픔은 기억하기보다 마치 벌처럼 여기고 말 때가 있습니다. 사회가 정한 제도 안에서 정당하지 못한 신분과 그에 따른 삶을 안타깝고 동정 어린 마음으로 바라보기보다는 뭔가 꺼리고 감추고 싶고 잘 되면 안 될 것 같은 마치 벌이라도 받아야 한다는 마음으로 바라보곤 합니다.

오늘 독서를 보면, 아브람은 아내 사라이에게서 자식을 얻지 못하자, 그 여종인 하가르에게서 아들을 얻게 됩니다. 사라이는 남편 아브람에게 자신의 여종과 한자리에 들어서 아들을 얻으라고 하지만, 정작 여종이 임신하게 되자 불편해합니다. 하가르는 사라이를 업신여기고, 사라이는 하가르를 구박하여 도망치게 만듭니다. 불완전한 인간 세계 안에서 불만족스럽고 비극적인 상황을 맞게 된 두 여인의 각기 다른 처지와 아픔을 바라봅니다. 

사람들은 정실부인인 사라이의 시각에서 이 일을 바라보려고 할지 모르지만, 주 하느님께서는 사라이는 사라이대로 두시고는, 정작 사라이에게서 도망치는 여종 하가르와 그의 아들을 가여워하십니다. “보라, 너는 임신한 몸 이제 아들을 낳으리니 그 이름을 이스마엘이라 하여라. 네가 고통 속에서 부르짖는 소리를 주님께서 들으셨다.”(창세 16,11)

주 하느님께서는 인간 세계의 윤리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누가 잘했고, 누가 우선이냐를 따지지 않으시고, 지금 당장 고통을 겪고 있는 인간을 자비로이 굽어보십니다. 실제로 우리 주변을 바라보면, 

  착한 사람만 하느님께 기도하지 않습니다. 

  좋은 사람만 하느님께 기도하지 않습니다. 

주 하느님께서는 이기적이고 탐욕적인 기도는 들어주시지 않는듯하지만, 고통에 처한 인간의 기도는 들어주십니다. 

인간 사회는 내 입장에서 그리고 다수의 입장에서 윤리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옳고 그름을 판단하고, 좋지 않고 옳지 않은 이들을 백안시하고 내치기도 합니다. 

그러나 주 하느님께서는 신분적으로나 사회적으로 그가 누구이며, 무슨 일을 했으며, 어떤 사람이냐를 넘어서 지금 당장 어려움에 처한 이들을 자비로이 굽어보십니다. 

주 하느님께서는 인간 자체를 사랑하십니다.

우리의 믿음은 참으로 가톨릭이라고 하는 보편적인 믿음 위에 세워져 있음을 새삼 되새기게 됩니다. “너희는 원수를 사랑하여라. 그리고 너희를 박해하는 자들을 위하여 기도하여라. 그래야 너희가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의 자녀가 될 수 있다. 그분께서는 악인에게나 선인에게나 당신의 해가 떠오르게 하시고, 의로운 이에게나 불의한 이에게나 비를 내려 주신다.”(마태 5,44-45)라고 하시며 “그러므로 하늘의 너희 아버지께서 완전하신 것처럼 너희도 완전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48절)라고 이르시는 주님의 가르침을 듣습니다. 

너 나 할 것 없이 주 하느님 앞에서 온전히 거룩하지 못한 입장에서, 인간의 잘잘못을 따지지 않으시고 인간 각자에게 참으로 너그러우시고 한없이 자비로우신 주 하느님의 사랑에 고개를 숙이며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