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다해) 마태 16,13-19; ‘25/06/29

성 베드로 사도는 이방인들과 접촉이 많았던 갈릴래아 지방 벳사이다 출신으로 어부 요한의 아들 시몬으로 불리었습니다. 결혼한 후에는 카파르나움으로 이사해 장모를 모시고 살았고, 예수님을 만나기 전까지는 요한 세례자를 따르는 제자였습니다. 군중들을 가르치던 예수님은 어부 시몬의 배에 올라타 가르치시고는, 많은 고기를 잡는 기적을 보이신 후, 베드로를 ‘사람 낚는 어부’로 부르십니다. 베드로는 시몬을 눈여겨 보시다가 ‘반석’이라는 뜻의 베드로라고 부르셨습니다. 베드로는 훗날 실제로 교회의 반석이 되지만, 예수님의 부르심이 있기 전까지는 지극히 단순하고 가난한 어부였습니다.

성경에서 베드로는 두려움에 가득 찬 모습으로 자주 나타납니다. 예수님과 처음 만났을 때, 예수님께서 시몬 베드로의 배에 오르시어 군중을 가르치신 다음, 예수님의 권능으로 물고기를 잡자, 베드로는 기뻐하기보다 예수님 앞에 무릎 꿇고 말합니다. “주님, 저에게서 떠나 주십시오, 저는 죄 많은 사람입니다.”(루카 5,8) 예수님께서는 이런 베드로에게 두려워하지 말라고 하시며, 베드로와 안드레아와 야고보와 요한, 네 명의 어부들을 첫 제자로 부르십니다.

또 마태오 복음 14장에서는 제자들이 풍랑에 시달리다가, 예수님께서 물 위를 걸어오시는 모습을 보고는 유령이 다가오는 줄 알고 겁에 질려 소리를 질러댑니다. 예수님께서는 “용기를 내어라. 나다. 두려워하지 마라.”(마태 14,27)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러자 베드로는 예수님께, “주님, 주님이시거든 저더러 물 위를 걸어오라고 명령하십시오.”(28절)라고 청합니다. 예수님께서 “오너라.”(29절)라고 부르시자, 베드로는 배에서 내려 물 위를 걸어 예수님께 가던 중, 거센 바람을 보고서는 또 다시 두려움에 빠져 물에 빠집니다. 그렇지만 용기를 내어서, “주님, 저를 구해 주십시오.”(30절)라고 매달립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곧 손을 내밀어 그를 붙잡으시고, “이 믿음이 약한 자야, 왜 의심하였느냐?”(31절) 하고 말씀하시며, 구해주십니다. 이를 계기로 제자들은 주님 앞에 엎드려 절하며, “스승님은 참으로 하느님의 아드님이십니다.”(33절)하고 다시 한 번 말하며, 예수님을 자연과 풍랑마저 잠재우시는 주님으로 믿게 됩니다.

그런 잦은 실수와 여러 번의 위협 앞에서 두려움에 빠지는 인간의 나약성을 간직하고 있는 베드로였어도, 예수님께 “스승님은 살아 계신 하느님의 아드님 그리스도이십니다.”(마태 16,16)라고 신앙을 고백합니다. 예수님께서는 베드로에게, “시몬 바르요나야, 너는 행복하다! 살과 피가 아니라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께서 그것을 너에게 알려 주셨기 때문이다.”(17절)라고 이르시며, ‘케파’ 곧 ‘베드로’라는 이름을 지어주십니다. “너는 베드로이다. 내가 이 반석 위에 내 교회를 세울 터인즉, 저승의 세력도 그것을 이기지 못할 것이다. 또 나는 너에게 하늘 나라의 열쇠를 주겠다. 그러니 네가 무엇이든지 땅에서 매면 하늘에서도 매일 것이고, 네가 무엇이든지 땅에서 풀면 하늘에서도 풀릴 것이다.”(18-19절)

베드로는 예수님께서 수난당하실 것을 예언하시자, “주님, 저는 주님과 함께라면 감옥에 갈 준비도 되어 있고 죽을 준비도 되어 있습니다.”(루카 22,33)라고 호언장담합니다. 그렇지만 인간의 나약성과 부족함을 너무나도 잘 아시는 예수님께서는 베드로에게 “베드로야, 내가 너에게 말한다. 오늘 닭이 울기 전에 너는 세 번이나 나를 모른다고 할 것이다.”(34절)라고 예언하십니다. 그러시면서도 베드로에게 힘을 북돋아 주시며, 위로해 주십니다. “그러나 나는 너의 믿음이 꺼지지 않도록 너를 위하여 기도하였다. 그러니 네가 돌아오거든 네 형제들의 힘을 북돋아 주어라.”(루카 22,32) 실제로 베드로는 죽음의 위협을 느껴 두려운 마음으로 예수님을 세 번이나 모른다고 부인합니다(루카 22,54-62 참조).

베드로는 이렇게 주님을 그리스도로 믿고 사랑했으며, 주님을 위해서라면 목숨까지 바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나약하고 부족한 인간성 때문에, 자주 유혹에 빠지고 주님을 모른다고 외면까지 했지만, 늘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주님께 되돌아와 매달렸고, 주님께서는 그때마다 베드로를 받아 주셨으며 그에게 주님의 교회를 맡기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부활하시어 베드로에게 나타나시어, 그에게 예수님에 대한 사랑을 다시 한번 확인하시고는, 믿음을 회복시켜 주시며, “내 어린 양들을 잘 돌보아라.”(요한 21,15.16.17)라고 이르시며, 교회를 맡기십니다. 이러한 예수님의 명을 따라, 예수님께서 승천하신 후, 베드로는 예루살렘 교회의 책임자가 되어 복음을 선포하고 교회를 이끌었으며, 마지막에는 주님의 뒤를 이어 십자가에 거꾸로 매달려 순교했습니다.

사울이라고도 불리는 바오로는 히브리 전통을 충실히 고수하던 벤야민 지파의 유다인 집안 출신으로 길리기아의 다르소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는 태어날 때부터 부친을 따라 로마 시민권을 지니게 되었는데, 그것은 훗날 선교 활동하는데 유용했으며, 특히 로마 황제에게 직접 상소할 수 있는 권리를 주었습니다. 그는 당대의 명성 높던 랍비 가므리엘 1세 문하에서 히브리 교육을 받기 위해 예루살렘에 유학합니다.

예수님의 생애 동안 바오로 사도가 예수님을 직접 상봉했다는 역사적 흔적은 없습니다. 사도행전은 그가 그리스도교와 첫 대면하던 장면을 예루살렘에서 스테파노의 순교의 피로 기록하고 있습니다(사도 7,54-8,1 참조). 그가 당시에 얼마나 광신적 유다교인이었으며, 반 그리스도교적 박해자로서, 그의 박해 활동은 다마스커스까지 확장되어 갔습니다. 바오로가 그곳에 가까이 이르렀을 때 부활하신 그리스도를 개인적으로 만나고 체험했습니다. 그때 그는 ‘그리스도께 사로잡힌’(필리 3,12) 사람이 되면서 전혀 다른 인생관, 신앙관을 갖게 됩니다. 그를 사로잡은 것은 새로운 사랑, 형언할 수 없는 그리스도의 뜨거운 사랑의 발견이었습니다. 그는 세 차례의 선교 여행에서 온갖 곤경과 여러 차례의 죽음의 위기를 겪었으나, ‘이방인의 사도’라 불릴 만큼 성령이 이끄시는 곳이면, 어디든지 달려가 담대하게 그리스도의 증인이 되었습니다.

바오로는 그리스도교 역사상 가장 극적으로 그리스도를 체험한 위대한 회심자였습니다. 광신적 바리사이파 사람으로서 그리스도교에 혹독한 박해까지 서슴지 않았던 그가, 모든 정열을 쏟아 예수 그리스도를 섬기고, 복음 선포에 목숨 바쳐 헌신하는 사람으로 바뀌었습니다. 그것은 그리스도 성령의 놀라운 은총으로 가능했습니다.

성 바오로 사도는 자주 ‘낡은 인간’과 부활하신 그리스도와 일치하는 ‘새로운 인간’을 대칭시키면서 그의 가르침을 전개해 나갑니다. 바오로의 서간에 자주 쓰이는 ‘예수 그리스도 안에’라는 말은 그리스도와의 생활의 친밀성을 표현합니다(에페 2,18; 2코린 13,13 참조).

성 바오로 사도는 인간의 몸을 ‘그리스도의 지체’, ‘성령의 성전’이라고 일컫습니다. 그리스도의 부활의 은총으로 그리고 믿음과 세례로 그분과 맺는 일치의 결과로, 인간 존재의 깊숙한 곳 인간의 삶 전체에 생기를 주며, 그곳에 침투하고 일치하여 영적인 결실을 맺게 합니다. 

성 바오로 사도는 인간이 율법과 규정을 수행함으로써 의롭게 되는 것이 아니라, 주 예수님을 믿는 믿음으로 의롭게 된다고 선언합니다. “그러나 사람은 율법에 따른 행위가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으로 의롭게 된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율법에 따른 행위가 아니라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으로 의롭게 되려고 그리스도 예수님을 믿게 되었습니다. 어떠한 인간도 율법에 따른 행위로 의롭게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갈라 2,16)

오늘 우리 천주교회의 두 성조이신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을 맞으며, 주님 사랑 안에 건실하게 자란 우리의 신앙을 새롭게 하여, 우리 삶이 주님을 선포하고 증거하는 삶이 되기를 다짐하고 간구합시다.

“네가 무엇이든지 땅에서 매면 하늘에서도 매일 것이고, 네가 무엇이든지 땅에서 풀면 하늘에서도 풀릴 것이다.”(마태 16,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