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알로이시오 곤자가 수도자 기념일 ’25/06/21 토요일

제가 가끔 신자들끼리 무슨 이야기를 하시나 하고 듣고 있다 보면, 어떤 때는 신자분들이 제게 물어보실 때가 있습니다. 

  “신부님, 이거 아세요?” 

그럼 저는 

  “저는 예수님 밖에 모릅니다.”

하고 대답합니다. 그러면 신자분들이 

    “그러셔야죠!” 

하면서 웃어댑니다. 이 대답은 농담이기도 하지만 제겐 정말로 어울리는 대답이기도 합니다. 따지고 보면 제겐 예수님을 사랑하고 예수님의 나라를 구현하는 일 외에는 다른 일이 필요 없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어쩌면 예수님을 사랑하고 예수님을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에 예수님의 나라를 건설하기 위해서 사제로 서품되었습니다. 그래서인지 그 일을 하면서 살아가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을 다 받게 됩니다.

오늘 복음에서 제자들에게 이르신 예수님의 말씀이 가슴 깊이 다가옵니다. “너희는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무엇을 차려입을까?’ 하며 걱정하지 마라. 이런 것들은 모두 다른 민족들이 애써 찾는 것이다. 하늘의 너희 아버지께서는 이 모든 것이 너희에게 필요함을 아신다. 너희는 먼저 하느님의 나라와 그분의 의로움을 찾아라. 그러면 이 모든 것도 곁들여 받게 될 것이다.”(마태 6,31-33)

예수님께서는 우리가 먹을 것을 먹지 않아도 배부르게 될 것이라고 약속하시지 않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가 아무것이나 입고 다녀도 누가 뭐라고 하지 않는다고 말씀하시지도 않습니다. 

예수님은 우리가 먹을 것, 입을 것, 마실 것 다 따지고 고민하고, 이것저것 다 신경 써서 추구하는 노력하는 일이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하십니다. 그리고 그 꿈의 실현과 노력의 결실이 무엇을 이루려고 하는 것이며, 어느 누구를 위한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하십니다. 

주님께서는 우리에게 생명을 주셨고, 또 우리가 그 살아가면서 실수하고 잘못하여 생겨난 모든 제한과 장애와 굴레를 씻어주시기 위해 몸소 주님 생명을 바치시면서까지 우리에게 재생의 기회를 허락하셨습니다. 

주님께서는 우리에게 생명을 되찾아주시면서 우리가 주님께서 주신 그 생명으로 행복하게 살기를 원하시면서, 그 행복의 길을 자신만의 이기적인 만족과 행복을 위해 또다시 망치기를 원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래서 그 새생명의 길로 걸어갈 수 있도록 계명조차 주셨습니다. 그 계명은 우리에게 내려온 새 계명이기도 하지만, 그 계명은 우리 인간의 도리이기도 합니다. 계명이라기보다는 먼저 우리의 인간 존재의 본질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먹을 것, 입을 것, 마실 것 신경 써가면서 해야 할 일은 서로 사랑하는 일입니다. 그렇게 서로 사랑함으로써, 우리 가운데 하느님 나라를 생겨나도록 하는 것이 우리 일입니다.

“하늘의 너희 아버지께서는 이 모든 것이 너희에게 필요함을 아신다. 너희는 먼저 하느님의 나라와 그분의 의로움을 찾아라. 그러면 이 모든 것도 곁들여 받게 될 것이다.”(마태 6,32-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