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 제4주일(가해) 마태 1,18-24; ’25/12/21

연말연시가 되면 여기저기서 불우이웃돕기를 하는 것을 보게 됩니다. 천주교 신자들은 어떻습니까? 우리는 대림시기를 시작하면서, 고해성사를 통해 마음을 정화하고, 대림특강을 통해 주님 맞이할 마음의 준비를 하고, 대림 저금통과 사랑 나눔으로 어려운 이웃과 함께하면서, 지금까지 성탄을 준비해 왔습니다.

우리는 우리 인간을 사랑하셔서 하느님의 본성을 다 포기하시고, 우리처럼 배고프고 피곤하고 졸린 한계를 지닌 사람으로 태어나신 주님을 생각합니다. 우리를 사랑하셔서 우리와 같이 되어오신 주님을 맞이하면서, 우리 역시 힘겹고 버겁게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처지를 이해하고, 피부로 느끼며 공감하기 위해 다가갑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봉사활동이라는 말보다는 ‘현장체험’이라는 단어를 쓰기도 합니다. 

오늘 복음을 보면, 예수님의 어머니가 되실 마리아와 약혼한 요셉은, “그들이 같이 살기 전에 마리아가 성령으로 말미암아 잉태한 사실이 드러”(마태 1,18)나자 고통스러워 합니다. 그리고 피하고 싶기만 합니다. “마리아의 남편 요셉은 의로운 사람이었고 또 마리아의 일을 세상에 드러내고 싶지 않았으므로, 남모르게 마리아와 파혼하기로 작정하였다.”(19절) 

우리도 어려운 처지에 놓인 사람들을 보면, 그 상황과 처지가 놀랍고 당혹스러워, 고개를 돌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어떤 경우에는 자기 사는데 바빠서 그런 사람들이 있는지조차 모르고 하루를 그냥 넘어가기도 합니다.

요셉이 마리아를 이렇게 남모르게 떠나보내기로 작정했을 때, 꿈에 주님의 천사가 나타나 말합니다. “다윗의 자손 요셉아, 두려워하지 말고 마리아를 아내로 맞아들여라. 그 몸에 잉태된 아기는 성령으로 말미암은 것이다. 마리아가 아들을 낳으리니 그 이름을 예수라고 하여라. 그분께서 당신 백성을 죄에서 구원하실 것이다.”(20-21절) 요셉은 어리둥절했으나 주 하느님의 섭리와 안배를 믿고 따르게 됩니다. “잠에서 깨어난 요셉은 주님의 천사가 명령한 대로 아내를 맞아들였다.”(24절)

우리는 가난이 ‘게으른 탓’이오, ‘자신들이 잘못해서 겪는 어려움이다.’라고 여기는 세상 사람들의 평판을 뒤로 하고, 주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함께 돌보며 살라고 안배해주신 우리의 형제자매들을 찾아 나섭니다. 

우리는 주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베풀어 주신 은총에 보답하기 위하여 어려운 이웃을 찾아갑니다. 그러면서 우리의 재능과 시간과 재물을 나눌 수 있는 기회를 허락해주신 주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 우리는 어렵게 사는 사람들을 만나며, 착한 사마리아 사람처럼 함께하고 사랑을 나누라고 하는 주님의 부르심을 듣습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께서는 일찍이 ‘구원에 이르는 고통’이라는 회칙에서 “그리스도의 구원적 고통이 일단 모든 인간 고통을 향하여 열려 있는 이상, 바로 그리스도 자신이 이 고통을 겪는 인간 안에 현존하여 계십니다. 그리고 고통을 겪는 모든 사람이 결정적으로 ‘그리스도의 고난에 동참하는’ 사람들이 되도록 부르심을 받았으며, 이는 마치 모든 이가 자기 자신의 고통으로 ‘그리스도의 환난에서 모자란 부분을 내 육신으로 채우도록’ 부르심을 받은 것과 똑같습니다. 고통받는 사람은 사람들에게 그 고통을 함께하고 나누도록 초대한다.”라고 말씀하신 바 있습니다.

아울러 우리는 마태오 복음에 나오는 최후심판의 기사에서 주님께서 어려움을 고통을 겪고 있는 이들과 예수님 자신을 동일시하는 선언을 듣습니다. “내 아버지께 복을 받은 이들아, 와서, 세상 창조 때부터 너희를 위하여 준비된 나라를 차지하여라. 너희는 내가 굶주렸을 때에 먹을 것을 주었고, 내가 목말랐을 때에 마실 것을 주었으며, 내가 나그네였을 때에 따뜻이 맞아들였다. 또 내가 헐벗었을 때에 입을 것을 주었고, 내가 병들었을 때에 돌보아 주었으며, 내가 감옥에 있을 때에 찾아 주었다.”(마태 25,34-36) 

이 모든 일을 자기들이 언제 당신께 해드렸더냐고 묻는 의인들에게 사람의 아들은 대답하실 것입니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가 내 형제들인 이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마태 25,40)

우리는 사회의 소외되고 어려운 사람들과 함께하고 사랑을 나누면서, 우리를 사랑하셔서 우리와 같은 사람이 되어오신 주 예수님을 만납니다. 이렇게 우리가 외적으로 고통과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을 방문하여 함께하고 나눔으로써, 우리의 내적 고통과 어려움을 치유받습니다. 우리는 어려운 이들을 통해 우리를 부르시는 주님의 호소에 기꺼이 응답함으로써, 우리 죄를 뉘우치고 속죄하며 보속합니다. 

미국 인디언 부족의 유명한 시애틀이란 추장이 기독교 선교사가 자기 부족을 찾아오자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여러분이 여기 온 것이 여러분의 구원을 위해 도움이 되기 때문에 온 것이라면 환영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돌아가십시오.”

그렇기에 우리는 가진 사람으로서 가지지 못한 사람들에게, 누리고 있는 사람으로서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우월적인 입장에서 ‘돕는다’라는 표현 대신 ‘함께한다’ 또는 ‘나눈다’라고 합니다. 그러면서 우리는 “사랑의 나눔이 있는 곳에 하느님께서 계시도다.”라고 노래합니다.

그리고 비단 어려운 이웃과 나 혼자 함께하고 나누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다 같이 행복하고 평안한 하느님 나라를 만들기 위해 나와 함께 동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그 어려운 상황과 처지를 전하고 동참하도록 안내하고 호소합니다. 우리의 안내와 호소를 듣고 다른 분들은 마음과 사정이 허락하는 만큼 화살기도에서부터 시작하여 물질적 후원이나 활동을 함께하고자 나서실 것입니다.

우리도 비록 겉으로는 남들처럼 ‘불우이웃돕기를 한다.’ ‘봉사활동을 한다.’라고 표현하기도 하지만, 우리의 진심과 정성으로는 주 하느님께서 우리를 구하시러 모든 것을 포기하고 우리와 같은 처지로 오신 그 강생의 신비를 살기 위하여, 주님의 뒤를 따르고자 함이라는 신앙을 명심하고 실현합시다. 그렇게 함으로써 주 예수님께서 우리를 통해 이 차갑고 시린 세상에 복음의 빛으로 찾아오시도록 되새기고 유념합시다.

오늘 대림 제4주일, 우리를 구하시러 다시 오실 주님을 맞이하면서, 어려운 이웃들에 대한 주님 연민의 정을 우리 마음속에 간직하고, 어려운 이웃들을 통해 우리를 부르시는 주님의 호소에 응함으로써, 주님께서 성탄 전례 안에서 인형의 형상으로만 오시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사랑 나눔을 통하여 이 땅에 실제로 다시 오시도록 합시다.

아울러 오늘 우리 집안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되새겨 봅시다. 그리고 내가 무슨 일을 겪고 있는지도. 하느님께서는 내 꿈에 천사를 보내시어,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그 상황에서 무엇을 어떻게 하라고 말씀을 전하시는지도 귀 기울여 들어 봅시다. 

“‘보아라, 동정녀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으리니 그 이름을 임마누엘이라고 하리라.’ 하신 말씀이다. 임마누엘은 번역하면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시다.’는 뜻이다.”(마태 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