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3일 화요일 ’25/12/23

우리가 기도하고 기도하고, 기다리고 기다리던 꿈이 이루어진다면 얼마나 행복하겠습니까? 여러분도 혹시 주님께 기도하고 기대하는 꿈이 있습니까? 그냥 막연히 기다리고 기도하기만 했지만 정말 우리의 소원이 이루어진다면 진정 더 바랄 것이 없어 보입니다.

오늘 복음을 보면 “엘리사벳은 해산달이 차서 아들을 낳았다,”(루카 1,57)고 합니다. 그동안 엘리사벳이 아이를 낳지 못하는 여인으로서 한평생 얼마나 한숨과 안타까움 속에서 살아왔을까! 여러 사람들의 무시와 동정을 받아 가면서 그 많은 세월 동안 자신을 원망까지 하면서 하루하루를 버텨내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런 그에게 하느님의 영광이 드러났습니다. “이웃과 친척들은 주님께서 엘리사벳에게 큰 자비를 베푸셨다는 것을 듣고, 그와 함께 기뻐하였다.”(58절) 정말 큰 기쁨입니다. 아마도 세상 그 어느 것보다도 그 어느 때보다도 행복한 순간이었으리라고 여깁니다. 

아기가 태어나고 아기의 명명식을 가지려고 할 때, 사람들은 관습에 따라 아버지의 이름을 따서 즈카르야라고 부르자고 합니다. 

엘리사벳은 “안 됩니다. 요한이라고 불러야 합니다.”(60절) 라고 이견을 제시합니다.

“당신의 친척 가운데에는 그런 이름을 가진 이가 없습니다.”(61절) 사람들이 의아해 하며 아버지에게 묻습니다.

“즈카르야는 글 쓰는 판을 달라고 하여 ‘그의 이름은 요한’이라고 썼다.”(63절) 

사람들이 참으로 이상하게 여기며 떨뜨름한 거부반응을 느낄 때 “즈카르야는 즉시 입이 열리고 혀가 풀려 말을 하기 시작하면서 하느님을 찬미하였다.”(64절) 하느님의 뜻대로 아기 이름을 지을 때 비로소 즈카르야는 말 못하는 벌에서 해방됩니다. 처음에는 관습과 경험의 세계와 어긋나고 다소 동떨어진 예언이라 받아들이지 못했고, 그로 인하여 벙어리가 되었지만, 이제 정말 천사의 말대로 아기가 태어나자, 주님을 믿고 따르게 됩니다. 그래서 그는 말을 하게 되고, 자신을 구원에로 이끌어주신 주 하느님께 찬미의 노래를 부릅니다. 

이를 본 주위 사람들은 놀랍고 신비하며 두려움까지 들게 됩니다. “그리하여 이웃이 모두 두려움에 휩싸였다. 그리고 이 모든 일이 유다의 온 산악 지방에서 화제가 되었다. 소문을 들은 이들은 모두 그것을 마음에 새기며, “이 아기가 대체 무엇이 될 것인가?” 하고 말하였다. 정녕 주님의 손길이 그를 보살피고 계셨던 것이다.”(65-66절)

우리는 주 하느님께서 우리를 고쳐주시고, 우리가 바라는 것을 들어주실 것을 굳게 믿고 청합니다. 그리고 마침내 우리의 소원이 이루어지면, 주 하느님께 감사드리며 찬미의 노래를 부르게 됩니다. 

그런데 우리는 주 하느님께서 나에게 베풀어 주실 수 있는 것을 주시리라고 굳게 믿으며 기적적으로 바라면서도, 주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들려주신 말씀이 나를 통해 이루어지리라고는 믿지 못하는가 봅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주님의 말씀을 읽고, 그 말씀이 내 삶 안에서 실제로 이루어지게 해달라고 기도하지는 않는 것 같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정녕 내가 주 하느님께 바라는 것보다, 더 내 구원에 유익이 되고 한 걸음 더 주님께 나아가는 길인데도 말입니다.

오늘 주 하느님의 말씀이 실제로 이루어짐으로써, 입이 열리고 하느님을 찬미하는 즈카르야를 바라봅니다. 아기 예수님의 탄생을 기다리며,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는 경험세계와 현실 이성의 사회체계와는 다소 어긋난 것처럼 보이는, 주 하느님의 복음 말씀이 우리를 통해 이루어지기를 기도합니다. 그래서 진정 우리 삶이 즈카르야와 엘리사벳처럼, 믿음 안에서 기쁨에 가득하기를 간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