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 팔일 축제 제6일 ‘25/12/30 화요일

옛날 우리나라 족보를 보면, 여성의 이름은 나오지 않습니다. 대신 남편의 이름이 나옵니다. ‘누구누구에게 시집을 갔다.‘라는 형식으로 기록되기도 합니다. 특별히 왕비의 이름은 가끔 기록되기도 하는가 봅니다. 유다 세계에도 여성은 족보에도 오르지 못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영웅적인 역할을 수행했다거나, 역사에 남을만한 업적을 이루는 등의 특별한 경우에만 기록되나 봅니다. 

그런데 오늘 복음을 보면, ’한나‘라는 예언자 이야기가 나옵니다. “프누엘의 딸로서 아세르 지파 출신이었다. 나이가 매우 많은 이 여자는 혼인하여 남편과 일곱 해를 살고서는, 여든네 살이 되도록 과부로 지냈다. 그리고 성전을 떠나는 일 없이 단식하고 기도하며 밤낮으로 하느님을 섬겼다.”(루카 2,36-38) 

예수님의 탄생을 기리는 이 시점에, 한나라는 여자 예언자의 이야기를 기록한 것을 보면, 주님과 교회는 남성과 여성을 구별하기는 하셨어도 차별하지는 않으시는가 봅니다. 기록할 때도 ’여자 예언자‘나 ’예언녀‘라고 하지 않고, 그냥 예언자라고 표기했습니다. 예수 아기에게서 하느님성을 발견하고 찬미한 시메온 예언자에 이어, “이 한나도 같은 때에 나아와 하느님께 감사드리며, 예루살렘의 속량을 기다리는 모든 이에게 그 아기에 대하여 이야기하였다.”(38절) 라고 합니다.

그러고 보면, 남성은 세상에 드러나는 일을 하고 드러나는 대로 판단하고 따르지만, 여성은 남성을 세상에 드러나게 뒷받침해 줄 뿐만 아니라,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보다 마음속 깊은 곳의 가능성과 존엄성을 발견하는, 신비한 하느님의 모습을 담기도 한듯합니다. 자신이 드러나는 것보다, 남편과 자식을 비롯한 타인을 드러나게 해주는 여성의 모습은 하느님의 마음을 품고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누가 너보다 못해서 너를 섬기듯 돌봐주고 치켜세워주니!‘라고 하는 마음보다, 너를 도와주고 보살펴서 네가 잘 자라는 것을 보고 기뻐하고, 그 안에서 자기 삶의 기쁨을 간직하는, 어머니를 비롯한 모든 헌신적인 여성들의 모습이 우리 모두의 모습이기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