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 팔일 축제 제7일 ‘25/12/31 수요일

오늘 복음은 요한 복음의 머리글이라고들 합니다. 요한 1장 1절부터 18절까지의 내용은 예수님을 하느님의 말씀이라고 선언합니다. 그리고 그 말씀을 우리 인류의 빛이라고 지칭합니다. 그래서 이 부분을 학자들에 따라서는 ’말씀‘이라는 희랍어 ’로고스‘라는 단어를 이용하여, ’로고스 찬가‘라고도 합니다. 

“한처음에 말씀이 계셨다. 말씀은 하느님과 함께 계셨는데 말씀은 하느님이셨다.”(요한 1,1) 제관계의 문헌으로 간주되는 창세기 1장 1절에서부터 2장 4절에 이르는 천지창조 기사에서, 주 하느님께서 세상을 창조하실 때, “하느님께서 말씀하시기를 ’빛이 생겨라‘ 하시자 빛이 생겼다.”(창세 1,3) 라는 기록에 이어 온 세상 만물을 말씀으로 창조하셨다는 것을 서술합니다. 

그 창조 때 세상을 만드시고자 하는 하느님의 마음과 생각과 의지가 말씀으로 표명되고, 그대로 이루어졌다는 의미를, 오늘 주 하느님께서 세상을 구하시기 위한 표현으로, 예수님을 보내주셨다는 의미로 연결시켜, 주 예수님을 하느님의 말씀으로, 하느님의 창조 업적으로, 하느님과 함께 계시는 분으로, 하느님 자체로 선언합니다. “그분께서는 한처음에 하느님과 함께 계셨다. 모든 것이 그분을 통하여 생겨났고 그분 없이 생겨난 것은 하나도 없다.”(2-3절)

유다인들은 인류가 죄악의 어둠에 갇혀 신음하고, 그 죽음에서 건져 새 생명을 선사해 주실 구세주를 기다려왔습니다. 그 유다인들에게 주 예수님을 구세주로 제시합니다. “그분 안에 생명이 있었으니 그 생명은 사람들의 빛이었다.”(4절) 

그렇게 사람들에게 죽음에서 생명을 가져다 주실 구세주는 어둠 속의 빛입니다. “그 빛이 어둠 속에서 비치고 있지만 어둠은 그를 깨닫지 못하였다.”(5절) 

예수님의 빛은 세상의 어둠과 죽음의 골짜기에서 헤매는, 모든 이들을 비춰주시는 참 빛입니다. “모든 사람을 비추는 참빛이 세상에 왔다.”(9절) 

그런데 사람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들어주시고, 자신들이 하고 싶은 일들을 하게 해주시며, 자신들의 요망사항을 해결해주는 구세주만을 바라서 그랬는지, 예수님을 구세주로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그분께서 세상에 계셨고 세상이 그분을 통하여 생겨났지만 세상은 그분을 알아보지 못하였다. 그분께서 당신 땅에 오셨지만 그분의 백성은 그분을 맞아들이지 않았다.”(10-11절) 

오늘 날에도 우리들은 가끔 주님께서 우리들을 위해 보내주신 가족과 친지들과 이웃들을 선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심지어는 자신의 삶을 위협하는 원수로 여기는 불상사도 있습니다.

주 하느님께서는 주 예수님 안에서 하느님성을 발견하고, 주 예수님을 믿고 따르는 이들에게, 주 하느님의 자녀가 되는 권한을 주십니다. “그분께서는 당신을 받아들이는 이들, 당신의 이름을 믿는 모든 이에게 하느님의 자녀가 되는 권한을 주셨다.”(12절) 

이제 예수님을 믿는 이들은 세상의 방식대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아니라, 믿음으로 새로 난 사람들입니다. “이들은 혈통이나 육욕이나 남자의 욕망에서 난 것이 아니라 하느님에게서 난 사람들이다.”(13절)

믿는 이들은 예수님의 말씀을 주 하느님의 말씀으로 받아들이며, 그 말씀을 통해 주 하느님의 사랑을 체험합니다.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사셨다. 우리는 그분의 영광을 보았다. 은총과 진리가 충만하신 아버지의 외아드님으로서 지니신 영광을 보았다.”(14절) 

세례자 요한은 주 예수님을 일컬어, “그분은 내가 이렇게 말한 분이시다. ‘내 뒤에 오시는 분은 내가 나기 전부터 계셨기에 나보다 앞서신 분이시다.’”(15절) 라고 증언합니다. 

우리도 주 예수님을 체험하고 믿어서 주 하느님의 은총 안에 살아갑니다. “그분의 충만함에서 우리 모두 은총에 은총을 받았다.”(16절)

아버지 하느님께서는 모세의 십계명을 통해, 주 하느님께 가는 길을 알려주셨지만, 그 길을 온전히 걸어가지 못하는 나약하고 불완전한 우리를 위하여, 그 길을 걸어갈 힘과 용기를 받습니다. “율법은 모세를 통하여 주어졌지만 은총과 진리는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왔다.”(17절)

주 하느님의 외아드님이신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직접 주 하느님을 알려주셨고, 우리는 그분을 통해 주 하느님께 나아갑니다. “아무도 하느님을 본 적이 없다. 아버지와 가장 가까우신 외아드님, 하느님이신 그분께서 알려 주셨다.”(18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