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의 예식 다음 금요일 ’25/03/07

언젠가 한 번 자녀들이 찾아와서 하소연한 적 있습니다. “신부님, 우리 아버지보고 사순절에 술 담배 끊지 말라고 해주세요.” 제가 “왜 그러세요?” 하고 여쭈었더니, 그분들이 “사순절이라고 술 담배 끊으시면 하루 종일 말도 안 하시고, 얼굴도 굳어지고, 너무 너무 심각해지셔서 집안이 살얼음판 같아져요. 차라리 술 담배 마시고 피우시면서 저희 좀 편안하게 지내게 해주시라고 말씀 좀 해주세요.”

오늘 독서에서 주 하느님께서는 단식에 대해 말씀하십니다. “내가 좋아하는 단식은 이런 것이 아니겠느냐? 불의한 결박을 풀어 주고 멍에 줄을 끌러 주는 것, 억압받는 이들을 자유롭게 내보내고 모든 멍에를 부수어 버리는 것이다. 네 양식을 굶주린 이와 함께 나누고 가련하게 떠도는 이들을 네 집에 맞아들이는 것, 헐벗은 사람을 보면 덮어 주고 네 혈육을 피하여 숨지 않는 것이 아니겠느냐? 그리하면 너의 빛이 새벽빛처럼 터져 나오고 너의 상처가 곧바로 아물리라. 너의 의로움이 네 앞에 서서 가고 주님의 영광이 네 뒤를 지켜 주리라. 그때 네가 부르면 주님께서 대답해 주시고 네가 부르짖으면 ‘나 여기 있다.’ 하고 말씀해 주시리라.”(이사 58,6-9)

사순시기에 주님께 봉헌하는 우리의 마음이 우리가 하고 싶은 것을 절제하고 포기하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더욱더 넓고 큰 마음으로 형제들을 사랑하여 나의 마음과 영과 육을 나누고 봉사하는 데 헌신하기로 합시다. 그래서 주님께서 “나 여기 있다.” 하고 내 앞에 나타나실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