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7주간 토요일 ’25/03/01

오늘은 삼일절이자 가경자 최양업 토마스 신부님의 탄신 기념일입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듭니다. 만일 어떤 신자들이 성지순례는 가면서 자기 부모의 묘소는 찾지 않는다면, 성지에 가서 무엇을 배우고 올 수 있을지 사뭇 의아합니다. 또 외국에 나가서 다른 나라의 순교자들은 찾아다니면서 우리나라의 순교자들은 찾아 나서지 않는다면, 우리가 무엇 때문에 순교자들을 찾아 나서는지 자문하게 됩니다. 기도와 봉사는 하려고 하지 않으면서 친교만 주장한다면, 과연 신앙이 무엇이며, 신앙생활이라는 것이 어떻게 사는 것인지 되새기게 해줍니다.

예수님께서는 오늘 복음에서 “어린이들이 나에게 오는 것을 막지 말고 그냥 놓아두어라. 사실 하느님의 나라는 이 어린이들과 같은 사람들의 것이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어린이와 같이 하느님의 나라를 받아들이지 않는 자는 결코 그곳에 들어가지 못한다.”(마르 10,14-15)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런가 하면 오늘 독서에서는 “그분께서는 그들에게 지식을 주시고 생명의 율법을 그들에게 상속 재산으로 나누어 주시어 지금 살아 있는 존재들이 죽을 몸임을 깨우쳐 주셨다.”(집회 17,11)라고 전합니다.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습니까?

어린이들은 철이 없어서 그런지, 특별히 바라는 것이 없어서 그런지, 그저 예수님께로 다가섭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바라는 것이 많고, 하고 싶은 것이 많아서 그런지, 예수님께 잘 살게 해달라고 내가 바라는 것만 청할 뿐 정작 예수님의 삶 속으로는 자주 다가서지 않습니다. 우리가 바라는 것과 하고 싶은 것은 현세에 널려있고, 우리를 풍요롭게 해주고 평안케 해주는 것이 바로 그 세상에 있다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 영원한 생명을 주는 말씀의 길이 있지만, 우리가 찾아가는 길과 가고 싶은 길은 예수님이 펼쳐주시고 비춰주시는 길이 아니라, 세상에서 성공하는 길과 풍요롭게 사는 길입니다. 우리가 성공하는 길과 풍요로워지는 길이 어떤 때는 진흙탕에서 뒹굴어야 하는 길이기도 하고, 남을 짓밟고 올라서야 하는 길인데도 불구하고, 그 길에서 벗어나기는커녕 더 가까이 더 깊이 다가서려고 합니다. 그 길의 끝이 우리가 추구하는 행복과는 다를 수 있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습니다. 그냥 많이 가진 것이 좋아 보이고, 고급스러운 것이 풍요로워 보이며, 높은 지위에 오르는 길이 성공하는 길이라고 여기고 온 힘을 다하여 달려갑니다.

오늘 독서를 보면, 주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길이길이 간직하고 상속 재산으로 삼아 고이고이 간직하라고 일러주시는 길은 생명의 율법입니다. 생명을 향하여 나가는 길은 어린아이같이 하느님의 나라를 받아들이는 길입니다. 생명의 말씀은 우리에게 다른 이들의 피와 땀을 전제로 하고 갈취함으로써 행복해지는 길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오히려 정반대로 내가 섬기고 봉사하는 길이 행복해지는 길이라고 말합니다. 생명의 말씀은 어떻게든 다른 이들을 짓이기고 싸워서 이기고 밟고 일어서야 하는 길이 아니라 다른 이들에게 양보하고 희생하는 길이라고 일러줍니다.

오늘 독서에서 말하듯이 죽을 운명을 지니고 살아가고 있는 우리 존재들이 선택하고 싶은 길이 죽음의 길인지 생명의 길인지 확인합시다. 그리고 실제로 우리의 현실에서 어느 길이 죽음의 길이고 어느 길이 생명의 길인지 잘 구분하고 선택하도록 합시다. 

아울러 오늘 가경자 최양업 토마스 신부님의 탄신일을 맞아, 최 신부님과 우리가 청하는 하느님의 종들에 대한 시복시성의 영광이 하루빨리 우리 한국천주교회에 내려주시기를 간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