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딧기

보잘것없는 사람들의 위력

서 언

이 책이 역사와 지리에 관하여 보여 주는 큰 무관심은 저자가 구체적인 역사적 사건들을 이야기하려 하지 않음을 가리킨다. 저자는 그저 백성으로 하여금 맞서 싸우도록 용기를 북돋아 주려고 이 이야기를 이용하고 있을 따름이다. 이 작품은 아마 마카베오 부대가 저항하는 동안 또는 바로 그 다음 주전 2세기 중엽에 팔레스타인에서 기록되었을 것이다. 중요한 사실은 이 책이 외세의 위협을 받고 있던 백성의 어려운 상황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네부카드네자르와 그의 제국 뒤에서 우리는 억압 체제를 굳게 지키는 지배자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처음에 나오는 세 장은 군사력을 자랑하며 협박을 일삼는 강대국들의 지배 구조를 묘사한다. 또한 협박을 받은 약소국들이 그런 압력에 어떻게 무릎 꿇는지 보여 준다. 이 때 권력은 정말 우상이 되어 흠숭을 요구한다. 4―7장에서는 지배를 당하면서도 실천적 믿음을 통하여 맞설 준비를 갖추는 약소국을 제시한다. 그와 동시에 탄압자의 분노를 묘사한다. 그는 불복종을 인정하지 않고 역사 속에 계시는 해방자 하느님을 무시한다. 탄압을 받는 사람들은 탄압에 맞서기보다는 차라리 편안히 눌러 앉아 노예가 되기를 바란다.

8―9장에서는 유딧이라는 인물이 두 가지 상징을 암시한다. 탄압 받는 자기 백성을 보호하려고 떨쳐 일어서는 용감한 여인과, 당국자들의 비겁함에 맞서 투쟁에 나서면서 자기네 위력을 새롭게 가다듬는 백성 자신을 가리키는 그 두 가지 상징은 서로를 채워 준다. 10―13장에서 유딧의 아름다움과 계책은 탄압의 중심적 장치(홀로페르네스의 머리)를 없애기 위한 싸움에서 정치적 수단에 기대지 않는 믿음을 상징한다. 첫 번째 승리 앞에서 다른 사람들(아키오르)이 해방자 하느님을 믿기 시작하면서 힘을 합한다. 마지막으로, 승리를 기리면서 자유의 이상을 새롭게 하고 우상을 이기시는 참된 하느님을 찬양하는 기쁨을 다시 불붙인다.

탄압을 당하면서 하느님의 백성은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하느님께서 상황을 해결하시기를 믿고 기다리면 되는가?”, “아니면 강대국 및 그 앞잡이들과 똑같은 무기를 가지고 싸우면서 역사의 소용돌이 속으로 들어갈 것인가?”, “하느님은 당신 백성의 소극성 또는 역사적 활동 속에 어디까지 현존하고 계시는가?”라고 묻는다. 이런 질문에 유딧기는 차근차근 답변한다. 즉 참된 믿음이란 백성이 처해 있는 구체적인 역사 상황 속에서 하느님과 당신 계획에 충실히 따르는 것이다. 하느님은 늘 온갖 형태로 노예화와 죽임을 없애려고 노력하면서 자유롭게 살기 위하여 싸우는 사람들과 동맹을 맺으실 것이다. 그렇지만 그 투쟁을 무모하게 벌여서는 안 된다. 생명으로 이끄는 믿음과 서로 맞는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분별력을 가지고 행동할 필요가 있다.

-출처: 21세기 해설판 성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