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기 상•하권

백성의 역사에 대한 수정작업

서 언

저자가 역대기를 쓸 때에는 이미 여호수아기, 판관기, 사무엘기, 열왕기로 된 역사서가 있었다. 역사서라면 여기에다 귀양살이에서 돌아온 뒤 주전 4세기 초까지 공동체의 생활에 관한 몇 가지 장을 덧붙이는 것으로 충분할 것처럼 보일 것이다. 그렇지만 저자는 자기 백성의 역사 전체에 대한 또 다른 해석을 제시할 심각한 이유를 가지고 있었다.

언뜻 보기에, 이 역사서는 이미 존재하던 이야기들을 되풀이한 것처럼 보일 것이다. 그러나 주의 깊게 읽어 보면 많은 차이점, 즉 어떤 자료들은 빼고 또 어떤 자료들은 덧붙이고 많은 경우 이야기들을 약간 조작하기도 한 것을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다. 저자가 하고자 하는 바는 당시 유다 공동체의 상황에서 출발하여 과거를 다시 살피는 일이다. 그래서 그의 역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성전과 성전에서 자기네 기능을 행사하는 사제들 및 레위인들이다. 사제들은 경신례를 거행하고 레위인들은 백성의 정통성 있는 전통을 전달한다. 예전의 역사 전체가 성전에서 절정에 이르고, 성전에서 후대의 온갖 정치-종교의 형태가 매여 있음을 쉽사리 깨달을 수 있다. 왕들도 성전 및 주님께 대한 경신례와 맺은 관계로부터 출발하여 심판을 받는다. 더구나 북부 왕국의 역사 전체가 빠져 있다. 저자의 시대에 사마리아인들은 예루살렘을 중심으로 한 유다 공동체의 조직을 방해하는 적으로 여겨졌다.

중요한 점은 족보와 이야기 자체에서 레위인에게 보이는 특별한 관심이다. 이 역사는 레위인의 현존과 말과 이념으로 이어져 있다. 분명히 레위인이었을 저자는 민주적이고 평등한 이상을 더 잘 보존하고 있던 북부 지파들의 전통을 회복하기 위하여 그런 방법을 사용했을 것이다. 레위인이 북부 예언 운동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었고 그래서 우리는 이 책에서 예언자들에 대한 언급을 많이 볼 수 있다. 심지어 예언자의 이름을 레위인에게 붙여주고 있다(참조. 1역대 25,1-5). 이점이 열왕기에서 이야기하는 역사와 다른 본질적인 차이다. 열왕기에서는 분명히 레위인 에브야타르와 레위인 운동이 솔로몬에 의하여 예루살렘에서 내쫓기고 있다(역대기 저자가 지워 버린 대목 1열왕 2,26-27을 참조하라).

따라서 역대기는 유다 공동체를 이끄는 일에서 레위인의 역할을 회복하고 정당화하는 새로운 역사관을 제공한다. 그 역할로 말미암아 ‘이집트 탈출’과 평등사회의 이상이 생생하게 살아남고, 그 이상을 구체화할 수 있는 역사적 기회가 오리라는 희망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출처: 21세기 해설판 성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