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30주간 목요일 ’25/10/30

언젠가 어르신들과 성경교리 시간을 가진 적이 있습니다. 그 내용이 루카 복음에서 가브리엘 천사가 성모 마리아에게 나타나 하느님의 아이를 가지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였습니다. 흔히들 우리는 수태고지 또는 성모영보라고 하는 이 기사 속에서, 당시의 율법대로라면 처녀가 아기를 가지게 되면, 시장터에서 돌로 맞아 죽어야 하는 상황이라는 것을 왜 뻔히 알면서도, 처녀인 마리아는 왜 천사의 말대로 하느님의 아이를 가지겠다고 답했을지 나누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동시에 김대건 신부님이나 선교사들은 한국에 들어오기만 하면, 잡혀서 박해를 받고 죽어야 하는 줄 뻔히 알면서도, 왜 그렇게 계속 우리나라에 들어오셨을지도 나누었습니다. 

할머님들이 이야기해주셨습니다. “믿음이란 그런 거에요!” 죽을 줄 알면서도 올 수밖에 없는 믿음. 주 하느님을 믿는 마음으로 기꺼이 죽음의 형장으로 줄지어 들어가셨던 순교자들을 기억합니다. 그러면서 돌이 날아오면 본능적으로 피하고 살고자 하는데, 죽을 줄 뻔히 알면서도 죽음의 길을 걸어가는 순교자들의 믿음에 대해 은총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습니다. 아무도 죽고 싶지 않고 또 죽음 앞에서 살고자 하는데도 불구하고, 믿기 때문에 기꺼이 죽음의 순교의 길을 걸을 수 있었던 것은 하느님의 은총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새삼 깨달았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바리사이 몇 사람이 예수님께 다가와, “어서 이곳을 떠나십시오. 헤로데가 선생님을 죽이려고 합니다.”(루카 13,31)라고 일러줍니다. 

예수님께서는 죽음을 피해 도망가지 않으시고 기꺼이 그 죽음의 십자가를 받아들이십니다. “가서 그 여우에게 이렇게 전하여라. ‘보라, 오늘과 내일은 내가 마귀들을 쫓아내며 병을 고쳐 주고, 사흘째 되는 날에는 내 일을 마친다. 그러나 오늘도 내일도 그다음 날도 내 길을 계속 가야 한다. 예언자는 예루살렘이 아닌 다른 곳에서 죽을 수 없기 때문이다.’ 너희가 ‘주님의 이름으로 오시는 분은 복되시어라.’ 하고 말할 날이 올 때까지, 정녕 나를 보지 못할 것이다.”(32-33.35절)

주 하느님 앞에 서면 늘 부끄럽고 혼이 날까 봐 벌을 받을까 봐 걱정스럽기도 하지만, 우리는 매일 성당에 옵니다. 그것은 주 하느님께서 우리 죄를 용서해 주시고, 우리를 더 사랑해 주시며, 마침내는 우리를 구원으로 이끌어주시리라는 희망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에, 주님께 나아옵니다. 우리는 주 하느님께서 우리를 구원하시기 위해 보내 주신 주 예수님을 믿기 때문에, 그리고 주 예수님을 믿는 우리의 믿음을 보시고 우리 죄를 용서해 주시고, 우리를 구원해 주시리라는 희망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에, 주님께 나아갑니다. 

주 하느님께서는 연약하고 부족한 우리를 바라보시고, 우리 힘만으로는 주님을 온전히 따르지 못하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아십니다. 그래서 주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은총을 풍성히 내려주시어, 우리가 주님께 나아갈 수 있도록 이끌고 계십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주 하느님의 은총으로 주님께 나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