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31주간 목요일 '24/11/07

얼마 전에 교황님께서 미국을 방문하셨을 때, 미국 정계의 원로들이 식사를 준비했는데 교황님께서는 사양하시고 그 대신 노숙자들과 식사를 하셨다고 합니다. 외교상 관례를 거절하기 어려웠을 텐데, 또 자본주의의 첨단인 미국사회에서 그야말로 고관대작의 초대에 응하시면 교황청에 기부금도 많이 들어오고, 하시고자 하시는 일에 큰 도움이 될 뻔도 한 데도, 교황님께서는 이를 마다하시고,

  '왜 방문하는지'

  '누구를 만나야 하는지’

를 우리에게 명확히 보여주신 듯합니다. 

오늘 복음을 보면, 예수님께 세리들과 죄인들이 모여들자, "바리사이들과 율법 학자들이, '저 사람은 죄인들을 받아들이고 또 그들과 함께 음식을 먹는군.' 하고 투덜거렸다."(루카 15,2)라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아마도 바리사이들과 율벅학자들은 자신들과 같이 깨끗하고 거룩한 사람과 어울리지 않고, 왜 사회에서 지탄받고 밀려나고 죄인으로까지 낙인찍힌 사람들과 어울리는지, 심기가 불편하고 못마땅했으리라는 짐작이 갑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들에게 "하늘에서는, 회개할 필요가 없는 의인 아흔아홉보다 회개하는 죄인 한 사람 때문에 더 기뻐할 것이다."(7절)라고 응대하십니다. 마치 너희가 깨끗하고 거룩한 체하지만, 겉으로 무엇을 입든, 어느 자리에 앉아 무슨 소리를 하든, 인간 마음속에 채워지지 않는 갈증을 인간 세계에서 찾아 얻으려는 시도를 포기하고, 주 하느님께서 베풀어 주시는 사랑과 위로를 받으라고 요청하시는 듯합니다.

사람들 안에서 온전히 얻을 수 없는 나의 갈망과 채워지지 않는 근원적인 목마름을, 주 예수님께 청하여 얻도록 합시다. 그러고 나서 주 예수님께로부터 얻지 못했다고 아쉬워하는 사람들에게 다가가, 주 예수님의 자비와 평화를 나누도록 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