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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작성자 주임신부
ㆍ작성일 2013-08-24
ㆍ조회: 1342  
국정원사태에 대한 사제선언---내용

[국정원사태 사제선언]

 

‘가서 너도 그렇게 하여라’(루카 10.37)

 

교회는 민주주의를 높게 평가한다. 민주주의가 ‘시민들에게 정치적 결정에 참여할 중요한 권한을 부여하며, 피지배자들에게는 지배자들을 선택하거나 통제하고 필요할 경우에는 평화적으로 대체할 가능성을 보장’해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진정한 민주주의는 법치국가에서만 존재할 수 있으며, 올바른 인간관의 기초 위에 성립한다고 교회는 가르친다.(요한바오로2세 회칙 ‘백주년’ 46항 참조)

 

“진정한 민주주의는.... 모든 인간의 존엄, 인권존중, 정치생활을 목적이며 통치기준인 공동선에 대한 투신과 같은.... 가치들을 확신 있게 수용할 열매”이다. 국가권력(공권력)의 존재이유도 여기에 있다. 인류역사는 ‘개인의 독단적 의사로 권력을 행사하는 것’을 ‘법치’로 극복하고, 국가권력의 집중과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권력분립’(입법, 사법, 행정의 공권력)으로 균형과 견제를 발전시켜왔다.(‘간추린 사회교리’ 407-408항 참조) 마침내 우리는 이를 ‘민주공화(民主共和)’라고 이름한다.

 

그러나 교회는 현실에서 어떤 정치체제도 완전하다고 말하지 않는다. 바로 ‘죄의 구조들’의 존재 때문이다.

 

하느님의 뜻과 이웃의 선익에 반하는 태도와 행동들, 그리고 그것들로 구축된 ‘죄의 구조들’, 그 안에는 ‘모슨 수를 써서라도’ 모든 이익을 집어삼키려는 욕망과 ‘무슨 수를 써서라도’ 쟁취하려는 권력에 대한 욕망이 강렬하게 꿈틀거리고 있다. 가히 경제독재와 정치독재라 할 만하다.(‘요한바오로2세’ 회칙 ‘사회적 관심’ 37항 참조)

 

사실 우리의 근현대사는 이를 극복하고 진정한 ‘민주공화’를 실현하려는 힘겨운 과정이었다. 인간의 존엄을 확인하고, 인권을 발전시키고, 공동선을 실현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분들이 희생됐는지 우리는 그분들의 희생에 빚을 졌다.

 

그러나 우리는 쉽게 망각한다. ‘사적인 이익이나 이념적 목적을 위해 국가권력을 독점한 폐쇄적 지배집단’(백주년 46항)이 ‘민주공화’를 얼마나 심각하게, 얼마나 끈질기게 왜곡했으며, 깊은 상흔을 남겼는지를.... 일제강점부터 시작해서 오늘에 이르기까지 이 ‘폐쇄적 지배집단’은 우리 사회 전 분야 걸쳐 은밀하게, 때로는 노골적으로 ‘민주공화’를 부정한다.

 

부끄럽게도 우리는 ‘죄의 구조들’에 대해 때로는 강압에 의해 침묵하거나, 때로는 무감각과 무관심으로, 때로는 적극적으로 그 확장을 돕는다. ‘정보’도 그 한몫을 한다. 교회는 ‘정보’가 민주적 참여를 위한 주요한 도구 가운데 하나라고 본다. 그러면서 ‘정보의 객관성에 대한 (시민의) 권리를 온전히 행사하지 못하게 하는 장애물 가운데 특별히 주목해야 하는 것은 소수의 사람이나 집단들이 조종하고 있는 뉴스미디어 현상이다. 이러한 현상에, 정치활동, 금융기관, 정보기관들의 유착까지 더해지면, 이는 전체 민주주의 제도에 위험한 결과를 미친다.(간추린 사회교리 414항)고 경계한다.

 

이른바 ‘국가정보원’과 관련된 일련의 ‘새로운 사태’는 ‘죄의 구조들’이 ‘민주공화’를 노골적으로 부정하고, 이에 우리의 무감각과 ‘정보의 비윤리성’(간추린 사회교리 416항)이 가세한 것이다.

 

첫째, 국민이 ‘국가안보수호와 국익증진의 사명’을 부여한 ‘국가최고의 정보기관’이 ‘자유와 진리를 향한 무명의 헌신’을 포기하면서까지, 국가안보와 국익의 토대인 ‘민주’의 가치를 허물어뜨렸다.

 

둘째, 대통령 직속기관의 권력남용 행위에 대해 아무도 책임을 지려하지 않으며, 오히려 침묵으로써 방치하거나, 왜곡함으로써 혼란을 불러일으킨다. 그리고 이를 정쟁으로 희석함으로써 공동선을 무너뜨렸다.

 

셋째, 국민을 위한 봉사의 목적에서 일탈한 행정부를 바로잡아야 할 입법부의 무능함과 사법부의 수수방관은 ‘법치’를 적극적으로 포기한 것이다. 그렇게 ‘삼권’이 협력함으로써, ‘폐쇄적 지배집단’은 강화되어 절대 권력화를 도모한다. 모든 인간의 존엄과 인권은 위기에 내몰린다.

 

넷째, 대중매체가 ‘상황과 사실들과 제시된 문제 해결책’을 객관적으로 제공함으로써 민주시민의 책임 있는 공공생활 참여에 기여하는지 의구심이 든다. ‘이데올로기, 이익추구, 정치적 통제욕심, 집단 간의 경쟁과 알력, 기타 사회악’(간추린 사회교리 416항) 때문일 수도 있을 것이다. 대중매체가 ‘공동선을 위해 진실과 자유와 정의와 연대에 근거한 정보를 제공’(간추린사회교리 415항)하지 않는다면, 대중매체 역시 ‘폐쇄적 지배집단’에 부역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다섯째, 오늘날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익을 추구하는 욕망과 ‘무슨 수를 써서라도’ 지배권력을 쟁취하려는 욕망이 그렇게 강력하게 결탁한 ‘죄의 구조들’은 버젓이 시민의 ‘옷을 빼앗고 때려 초주검으로 만들어 놓고’도 태연하다. ‘길 반대쪽으로 지나가버리는’ 사제가 될 수는 없다.(루카 10,29-37)

 

‘모든 인간의 존엄’, ‘인권존중’, ‘공동선에 대한 투신’을 내놓을 착한 사마리아 사람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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