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교회의 수호자, 원죄 없이 잉태되신 복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 ’25/12/08 월요일

언젠가 한 번 유아세례를 주면서, 어린아이들에게 “이 다음에 커서 뭐가 되고 싶으니?”하고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어떤 아이는 ‘태권도장 관장’이 되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아마 부모님들은 자기 아이들을 바라보면서, ‘이 녀석은 이 다음에 커서 뭐가 되었으면 좋겠다.’ 하고 바라는 것도 있을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천사는 마리아께 알립니다. “은총이 가득한 이여, 기뻐하여라. 주님께서 너와 함께 계시다.”(루카 1,28) 그러면서 그 은총이 무엇인지 말합니다. “두려워하지 마라, 마리아야. 너는 하느님의 총애를 받았다. 보라, 이제 네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을 터이니 그 이름을 예수라 하여라.”(30-31절) 아울러 그 아이의 사명에 대해서도 가르쳐 줍니다. “그분께서는 큰 인물이 되시고 지극히 높으신 분의 아드님이라 불리실 것이다. 주 하느님께서 그분의 조상 다윗의 왕좌를 그분께 주시어, 그분께서 야곱 집안을 영원히 다스리시리니 그분의 나라는 끝이 없을 것이다.”(32-33절) 

예수님의 탄생을 예고하는 복음에 나타나는 예수님의 사명은 큰 인물이 되시어 하느님의 아드님이 되실 것이며, 야곱 집안을 끝이 없이 영원히 다스리라는 것입니다. 얼핏 들으면 높은 곳에 올라서 세상을 호령하며 통치하라는 말처럼 들립니다마는, 우리가 잘 알듯이 예수님의 다스리심은 백성을 위해 대신 희생하는 부모님의 마음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잘 알듯이 입신양명이 아니라, 세상에 자기 한 몸 다 바쳐서 희생 봉사하는 것입니다.

새로 태어나는 아이들의 소망과 부모님들의 소망도 중요하지만, 주 하느님께서 우리 아이들을 세상에 내보내시면서, 

‘너는 이다음에 커서 세상 사람들을 위해 이러이러한 기여를 하여라.’

하시면서, 어린아이 각자에게 서로 다른 자질과 장점을 심어서 태어나게 하셨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더 좋겠습니다. 

이는 비단 새로 태어나는 어린아이뿐만 아니라 우리 각자에게도 해당하는 말입니다. 자기 한 목숨 살리기 위한 생애보다 세상에 기여하면서 사는 생애를 사는 것이, 결국 자신을 사는 진정한 생애가 될 것이라는 사실을 세상에 나시는 주 예수님의 생애를 통해 이어받도록 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