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예로니모 사제 학자 기념일 ’25/09/30 화요일

어떤 때 우리가 잘 해주려고 다가갔다가도 상대가 기쁘게 맞아들이지 않으면 화가 나고 심술이 날 때가 있습니다. 우리의 좋은 호의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거꾸로 그 호의마저도 사라지고 대신 악의마저 생겨나기도 합니다. 아마도 상대가 우리를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 우리에겐 자존심이 상하고 불쾌한 감정을 불러일으키게 되는가 봅니다.

오늘 복음을 보면 예수님께서 사마리아로 가려고 하셨지만, 사마리아인들은 예수님이 자신들과 적대적인 관계에 있는 도성 예루살렘으로 가시는 길이라는 사실을 알고 예수님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의 제자 야고보와 요한이 “주님, 저희가 하늘에서 불을 불러 내려 저들을 불살라 버리기를 원하십니까?”(루카 9,54) 하고 묻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그들을 꾸짖으시고 다른 마을로 돌아갑니다.

예수님을 맞아들이지 않는 사마리아인들에게 화가 나실 법도 하신데 예수님께서는 그들에게 벌을 내리지 않으시고 화를 내지도 않으십니다. 예수님이 벌을 내릴 힘이 없어서 그런 것도 아니신데도, 그냥 그대로 그들이 하는 것을 존중해 주십니다. 그들이 하는 행동이 옳은 일이거나 예수님께 적절한 대접을 하는 것도 아니건만 그냥 그렇게 두십니다. 예수님은 마음 속으로 불쾌하거나 섭섭하셨을지는 몰라도, 예수님의 호의를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해서 그들을 벌하지 않으십니다. 어쩌면 우리에게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습니다. 우리가 예수님을 성실히 따르면 반갑고 기뻐하시겠지만, 우리가 예수님을 따르지 않는다고 해서 그 즉시 우리를 벌하지 않으시는 것과도 같은 이치가 아닌가 싶습니다. 

우리도 우리가 좋은 일을 하고자 할 때 상대가 잘 받아들이고 또 잘 이루어지면 감사하고 더 열정적으로 임해야 하겠지만, 우리가 생각한 대로 그렇게 잘되지 않는다고 해도 불쾌해하거나 화를 냄으로써 오히려 선을 악으로 갚을 필요는 없겠습니다. 아울러 우리가 좋은 일을 하고 복음을 따르기를 기다리고 계시는 주 하느님께 진실한 마음으로 다가서고 성실하고 열정적으로 복음을 이루기로 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