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녀 루치아 동정 순교자 기념일 ’24/12/13 금요일

루치아 성녀는 로마 박해 시대에 이탈리아의 시칠리아 섬에서 태어나셨습니다. 그녀의 생애가 잘 알려져 있지 않으나, 루치아의 순교 사실을 전하는 5세기의 기록에서 부분적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신심 깊은 부모의 영향으로 일찍 세례를 받은 그녀는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자 딸의 신변을 염려한 어머니의 주선으로 귀족 청년과 약혼하였습니다. 그러나 동정을 결심하고 있던 루치아는 한사코 혼사를 거절하였습니다. 이에 격분한 약혼자의 고발에 따라 그녀는 결국 300년 무렵에 순교하였습니다. 루치아(Lucia)라는 이름은 ‘빛’ 또는 ‘광명’을 뜻하는 라틴 말에서 유래되었습니다.

언젠가 한번 예비신자 면담을 하면서, “하느님이나 예수님 하면 어떤 생각이 드십니까”라고 여쭈었습니다. 어떤 분들은 ‘내가 기댈 수 있는 분’이라고도 하셨고, ‘어딘지 모르게 편안하게 해 주시는 분’이라고도 하셨고, ‘평화를 가져다주시는 분’이라고도 대답하셨습니다. 여러분에게 그분은 어떤 분이십니까

오늘 이사야 예언자는 예언합니다. “나는 주 너의 하느님 너에게 유익하도록 너를 가르치고 네가 가야 할 길로 너를 인도하는 이다.”(이사 48,17) 그러시면서 우리의 스승이시며 인도자이신 주 하느님께서 인도하시는 길로 걸어가지 않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안타까운 마음으로 한탄하십니다. “아, 네가 내 계명들에 주의를 기울였다면 너의 평화가 강물처럼, 너의 의로움이 바다 물결처럼 넘실거렸을 것을. 네 후손들이 모래처럼, 네 몸의 소생들이 모래알처럼 많았을 것을. 그들의 이름이 내 앞에서 끊어지지도 없어지지도 않았을 것을.”(18-18절)

우리는 가끔 커다란 인생의 굴곡을 겪고 나서 자신의 과오나 지난날의 인생을 후회하며 뒤늦게 뉘우치는 사람을 봅니다. 그리고 문득 문득 삶의 여정 속에서 우리 자신도 머리가 쭈삣하고 곤두서며 짜릿한 긴장과 함께 우리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됩니다. 그러나 오늘 당장 주님을 바르고 기쁜 마음으로 바라보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우리 자신을 이해해 주시고 보듬어 주시며 감싸안아 주시려고 다가오시는 주 하느님의 자비로운 마음 안에 잠겨 평안히 쉬고 그분의 사랑 안에서 새로 나기로 합시다. 오늘 복음 환호송의 구절입니다. “주님이 오시니 마중 나가자. 주님은 평화의 임금이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