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34주간 월요일 '24/11/26

신학생 시절을 되돌아보면, 꽉 짜인 시간 속에서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하루하루를 보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조그만큼의 틈도 없는 그 때의 삶을 분석해 보면, 지금보다 더 많이 운동했고, 더 많은 시간을 학업에 쏟았고, 더 많이 기도했고, 더 많은 사람을 만나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바쁘면 바쁠수록 더 세세히 시간을 쪼개고 쪼개서 활동했음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시간이 많고 돈이 많아야 이웃을 위해 뭔가 할 수 있다.’라고 생각하는 것과는 사뭇 다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사람들이 헌금하는 것을 보시고 말씀하십니다. “저 가난한 과부가 다른 모든 사람보다 더 많이 넣었다. 저들은 모두 풍족한 데에서 얼마씩을 예물로 넣었지만, 저 과부는 궁핍한 가운데에서 가지고 있던 생활비를 다 넣었기 때문이다.”(루카 21,3-4) 당시 유다인 성인 남성의 하루 일당이 한 데나리온이며, 그 64분의 1가격을 1콰드란스라고 하는데, 렙톤 두 닢이 그 정도라고 합니다.

어느 본당에 부임했을 때, 당시 보좌신부님이 제게 말씀을 건네주셨습니다. 

  “신부님, 자모회 바자회가 있는데, 매년 내셔야 하니까. 오 년에 걸쳐 꾸준히 낼 수 있도록 나누어 내셔야 합니다.”

그 말을 듣고서는, 서로 붙잡고 웃기는 하였지만, 예수님이나 가난한 이들이 우리에게, 한 번에 나의 모든 것을 다 내놓으라고 하지는 않습니다. 조금씩 조금씩 내가 이 순간 허락하는 만큼, 성의를 바쳐 서로가 마음을 모아, 오늘, 이 순간 오천 명을 먹이신 기적을 기념하고 또 이루어 내기로 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