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안드레아 둥락 사제와 동료 순교자들 기념일 '24/11/23 토요일

예전에 제가 집에서 부모님을 모시지 않았기 때문에, 신학생 때나 보좌 신부 시절에 “집에서 연락이 왔다.”라는 소식을 전해 들으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으면서, ‘집에 무슨 일이 있나’ 하고 걱정을 했던 생각이 납니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에도 늘 마음에 걸렸는데, 언젠가 승천축일 미사를 봉헌하면서 문득 “내가 떠나는 것이 너희에게 이롭다. 내가 떠나지 않으면 보호자께서 너희에게 오지 않으신다. 그러나 내가 가면 그분을 너희에게 보내겠다.”(요한 16,7) 라는 말씀을 묵상하게 되었습니다. 이어서 “내가 아버지께 청하면, 아버지께서는 다른 보호자를 너희에게 보내시어, 영원히 너희와 함께 있도록 하실 것이다.”(요한 14,16)라는 복음 말씀을 통해 주님께서 저를 위로해 주었습니다. 제가 주님을 기억하듯이, 부모님을 생각할 때마다 기억할 때마다 기도할 때마다 부모님께서는 내 안에 살아 계시고, 나와 함께 하신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살아 계실 때는 한 달에 겨우 한 번 정도 찾아뵈었지만, 이제는 ‘내가 생각할 때마다 뵐 수 있으니, 참 다행이다!’라는 생각마저 가질 수 있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죽은 이들의 부활을 설명하시면서, “‘주님은 아브라함의 하느님, 이사악의 하느님, 야곱의 하느님’이라는 말로 이미 밝혀 주었다. 그분은 죽은 이들의 하느님이 아니라 산 이들의 하느님이시다. 사실 하느님께는 모든 사람이 살아 있는 것이다.”(루카 20,37-38)라고 말씀하십니다. 

아브라함과 이사악과 야곱에게 온갖 은총과 축복을 내려주신 주 하느님께서, 오늘 아브라함과 이사악과 야곱을 기리는 모든 이들에게도, 같은 축복과 은총을 내려주시기를 청합니다. 그래서 아브라함과 이사악과 야곱의 하느님께서 베풀어 주시는 은총과 축복을 받은 우리의 삶이, 뭇사람들에게 주 하느님께서 살아서 우리와 함께하고 계심을 드러내는 결과가 되기를 간구합니다. 더 이상 아브라함과 이사악과 야곱의 하느님뿐만 아니라, 오늘 나와 함께하시는 하느님이 우리 모두의 구원을 가져다주시는 하느님이심을, 우리의 삶으로 드러나기를 아울러 청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