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교에 들어간 첫 한 해는 신학교 생활이 기쁘고 감사하기만 했는데, 두 번 째 해부터는 불평, 불만이 싹트기 시작했습니다. 그동안 못 본 것을 새롭게 보게 된 것이 아니라, 첫해에는 저의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신학생으로 받아주셨다는 사실에 감사만 하다가, 첫해가 지나자 제가 주제 파악을 못하고 오만불손해지기 시작하여, 동료를 보면서 '어떻게 저런 사람이 신학교에 들어왔지!', 제가 살면서 부딪히는 신학원 내규를 바라보며, '왜 이런 식으로 내규를 만들었지!' 등의 불평, 불만이 싹텄다."는 감정들이 스멀스멀 샘솟기 시작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바리사이들이, 제자들이 밀이삭을 뜯어 먹는 것을 탓하자, 예수님께서는, “‘내가 바라는 것은 희생 제물이 아니라 자비다.’하신 말씀이 무슨 뜻인지 너희가 알았더라면, 죄 없는 이들을 단죄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사실 사람의 아들은 안식일의 주인이다.”(마태 12,7-8)라고 역성을 들어주십니다. 

부족하고 나약한 나에게 주어진 용서와 은총에 감사드리지 못하고, 마땅히 해야 할 일은 다 하지도 못하면서, 오히려 내가 처해 있는 오늘의 환경을 받아들이고 감내하기는커녕, 이것저것 욕심 사납게 요청만 하고 있는 오늘의 내 모습이, 주 하느님의 영광을 오늘 이곳에 드러내기 위해 투신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주 하느님의 은총을 지나치게 자신의 이익만을 위하여 누리기만 하고 있지 않은가 싶습니다. 주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베풀어 주시는 용서와 은총으로, 오늘을 더욱더 기쁘고 감사하게 살면서, 그에 걸맞은 삶의 변화를 가져와야겠다고 다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