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관기

역동적인 역사 과정

서 언

판관기는 주전 1,200년에서 1,020년 사이에 일어난 사건들을 이야기한다. 계속된 땅의 정복 및 지파들의 삶으로부터 ‘이집트 탈출’의 시작까지를 묘사한다. 어려움으로 가득한 ‘지파들의 민주주의’ 시대를 다룬다(판관 17,6; 21,25). 지파들은 일상적 임무를 맡은 우두머리들(소판관들)의 다스림을 받았고, 큰 어려움에 처할 때는 특은을 받은 우두머리들(대판관들)이 나타나 원수들에게 맞서는 싸움에서 지파들을 영도했다.

판관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사를 해석하는 열쇠다. 이 열쇠는 비단 책을 알아듣기 위해서 뿐 아니라, 이스라엘 역사 전체를 알아듣기 위해 필요하다. 이 열쇠가 판관 2,6―3,6에 나타나 있고 본문에서 여러 차례 다시 나온다. 저자에 따르자면, 하느님의 사회 계획을 밀고 나아가기 위해서는 저항과 투쟁을 통하여 얻게 된 ‘적극적인 기억’과 ‘역사의식’을 지킬 필요가 있다. 투쟁하는 세대는 그 의식을 생생하게 유지할 수 있다. 그렇지만 새로운 세대는 그 기억을 지워버리고 하느님의 사회 계획을 뒷걸음치게 할 위험을 스스로 불러온다. 그 결과 주님과 당신 계획에 대한 충실함과 사회를 썩게 하는 우상숭배 사이에 역사적 갈등이 빚어진다.

판관 2,11-16에서는 백성의 역사적 운명을 결정짓는 역동적인 과정을 드러낸다.

-범죄 = 역사의식을 잊어버림. 백성은 자유로이 살게 하시는 주 하느님을 버리고 불의한 사회 제도를 낳고 인간과 사회를 썩게 하는 우상을 숭배한다.

-징벌 = 자유로운 삶을 잃어버림. 인간을 노예로 만들고 죽이는 우상을 숭배할 때 백성은 어렵사리 정복한 자유와 생명을 잃어버린다.

-회개 = 역사의식을 되찾음. 극심함 고통 중에서 백성은 역사의식을 되찾고 주님께 부르짖는다.

-은총 = 해방. 주님께서는 그 부르짖음에 응답하여 영도자들을 세우고 백성을 조직하면서 자유와 생명을 다시 찾도록 도와주신다.

그러나 역사는 계속되고 새로운 세대들은 늘 과거에 대한 기억을 잊어 가고 역사의식을 잃어버린다. 잘못하다가는 역사를 늘 제자리로 되돌아오고 마는 악순환의 연속으로 여길 유혹을 받을 것이다. 그렇지만 저자는 그런 악순환을 깨뜨릴 수 있음을 보여 준다. 그러기 위해서는 각 세대가 주님의 계획에 따라서 선조들의 투쟁을 이어받을 필요가 있다. 이때의 도전은 자유로이 살지 못하게 가로막는 우상숭배를 완전하게 물리치는 일이다.

판관기는 이 같은 해석의 열쇠를 적용하여 역사를 알아들으라고 초대한다. 그렇지만 중요한 것은 일정한 세대가 체험하고 있는 한계와 고통을 알기 위해 노력하면서 징벌로부터 시작하는 일이다. 그 다음으로는, 주님을 흠숭하고 당신 계획을 위하여 몸 바치지 않는 사회가 섬기고 있는 우상의 모습을 밝혀내려고 노력할 필요가 있다.

-출처: 21세기 해설판 성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