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호수아기

땅은 선물임과 동시에 정복해야 할 대상이다

서 언

여호수아기는 주전 13세기의 사건들, 즉 약속된 땅 가나안을 정복하고 이스라엘 지파들이 땅을 나누는 과정을 이야기한다. 언뜻 보기에, 이 책은 한 세대가 그 땅 전체를 정복한 것처럼 이야기한다. 그것은 이 책을 쓴 저자가 이상적으로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실은 가나안 땅을 정복한 것은 느리고 기나긴 과정, 어떤 때는 평화롭게 또 어떤 때는 폭력적으로 펼쳐진 과정이었다. 두 세기를 거친 다음 다윗 왕에 이르러 그 정복 과정이 끝났다.

여호수아기의 내용은 세 부분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 부분(여호 1―12)에서는 정복 이야기가 나온다. 사건들이 제한된 지역 안에서 펼쳐지고 예리코 근처 길갈의 성소를 근거지로 삼고 있다. 예리코 도시가 베냐민 지파의 땅에 속해 있었던 것처럼, 아마도 이 부분에 실린 이야기들은 베냐민 지파와 에프라임 지파의 분위기 속에서 가꾸어진 전승들에서 나왔을 것이다. 이 부분의 관심사는 매우 원인론적(원인을 뜻하는 그리스어 ‘아이띠아’에서)이며, 사건들, 장소 이름들, 건설과 파괴를 설명하려고 애쓴다. 그리고 그런 모든 일을 한 세대 동안에 일어난 것처럼 묘사한다. 그러나 이 세대는 매우 오랜(심지어 오늘날까지 계속되고 있는) 세대다. 

둘째 부분(여호 13―21)은 군주제 시대 이전으로 올라가는 지파들의 경계를 묘사하는 지리에 관한 문헌들과, 군주제 시대에서 비롯된 장소와 도시의 목록으로 정복한 땅을 지파들이 어떻게 나누는지를 보여 준다. 21장은 아마 귀양살이 이후에 만들어 덧붙였을 것이다. 

셋째 부분(여호 22―24)은 여호수아의 생애가 끝나는 장면을 보여 주고 세 가지 결론을 내린다. 즉 트란스요르단 지파들이 자기네 땅으로 돌아오고(여호 22), 여호수아가 마지막 연설을 하고(여호 23), 스켐에서 계약을 맺고 여호수아가 죽는다(여호 24).

여호수아기는 연대기가 아니라, 가나안을 정복한 일의 의미를 보여 주기 위한 사건들에 대한 해석이다. 주요한 배경은 약속된 땅이다. 하느님은 선조들에게 해주신 약속을 지키고 그 후손들과 그 계약을 다시 맺으신다. 백성은 하느님이 주시는 땅에서 번영을 누리며 자유스럽게 살기 위하여 이집트 노예살이에서 해방되었다(탈출 3,7-8). 따라서 우리는 기다란 세세한 장소 목록 뒤에서 하느님의 선물에 대한 감사와 기쁨을 보아야 한다. 그리고 한 가지 사건이 우리의 관심을 끈다. 즉 백성은 하느님이 주실 땅을 정복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하느님은 선물을 주지만, 인간의 자유와 창의성을 억누르지 않으신다. 오히려 인간이 하느님의 선물을 추구하고 정복하기를 요구하고 그 추구와 정복을 전제로 하신다. 이렇게 땅은 하느님 약속의 열매이자 선물임과 동시에 인간이 열망하고 정복한 결과이기도 하다. 다시 말하자면, 하느님은 인간의 열망 속에서 약속을 해 주고 인간의 정복 안에서 당신 선물을 주신다는 것이다.

그래서 여호수아기는 생명과 역사의 바탕인 하느님의 은총에 관한 비길 데 없는 작품이다. 은총은 인간을 소극적인 상태로 몰아넣는 하느님의 가부장적인 선물이 아니다. 은총은 이미 피조물 전체의 구조와 특히 인간의 인격 안에 들어 있는 가능성 발휘를 통하여 내려지는 선물이다. 그 가능성을 발견하고 현실로 만들려는 자유롭고 책임감 있는 노력이 없이는 인간은 결코 은총을 얻지 못할 것이다. 생명은 인간이 발견하고 정복해내야 할 하느님의 선물이다. 그 모든 것이 당신 선물을 줄 수 있게 하시는 하느님의 효과적인 현재 활동과 하느님의 선물을 추구하고 발견하고 얻고 자리매김하는 인간의 현재-미래 활동 사이의 역사적 긴장 속에서 구체화한다. 그리고 그 선물이 구체적인 삶이 되도록 하기 위하여 하느님은 인간이 계속 당신과 맺은 계약에 충실해야 한다는 오직 한 가지 조건만을 요구하신다.

-출처: 21세기 해설판 성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