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서

정의는 불멸한다

서 언

연대순으로 보아 지혜서는 구약성경의 마지막 책이다. ‘솔로몬의 지혜’라는 명칭은 적당히 붙인 명칭이다. 지혜서의 저자는 알렉산드리아의 유다인으로서 이 책을 주전 50년경에 썼다. 그는 자기 책을 이스라엘에서 뛰어난 현자로 알아주는 솔로몬이 쓴 것으로 돌렸다.

이 책을 올바르게 평가하려면 그 책이 기록된 상황과 맥락 안에서 이해해야 한다. 알렉산드리아는 그리스의 중요한 정치-문화의 중심지였다. 이 도시 주민 가운데 유다인이 20만 명이었다. 그리스 문화, 철학, 관습, 종교 예절, 이방인의 적의, 흔히는 노골적이거나 은밀한 박해가 이집트에 살고 있던 유다 백성의 신앙과 문화를 끊임없이 위협하고 있었다. 많은 유다인들은 사회에서 변두리로 밀려나지 않으려고 자기네 신앙과 관습을 버린 나머지 자기네 본모습을 잃고 우상숭배와 불의가 판치는 사회에 빌붙었다.

자기네 백성의 성경과 역사에 대한 의식이 철저한 저자는 그런 상황에 대처하려고 이 책을 쓴다. 이 책은 선조들의 역사와 종교의 유산을 다시 기억하게 함으로써 신앙을 다시 강화하고 희망을 살리려고 노력한다. 저자는 올바른 삶과 행복으로 이끌어 주는 참된 지혜를 가르친다. 사고와 사상으로 얻은 문화가 아니라 하느님으로부터 나오는 지혜를 다룬다. 그리고 우상숭배와 그로부터 나오는 불의한 삶에 반대한다. 이 신적 지혜가 하느님 백성의 역사를 인도했으며, 하느님의 친구들이야말로 참된 행복을 누린다는 사실을 드러내 보인다. 달리 말해서, 저자는 지혜 또는 참된 자아실현에 대한 감각이 인간 노력의 결과에 그치지 않고 일차적으로 하느님께서 당신과 함께 하는 사람들에게 공으로 주시는 선물임을 증명해 보인다.

이 책 전체는 “정의는 죽지 않는다.”(1,15)는 말로 요약할 수 있다. 사실상 저자는 지혜를 정의와 하나로 보고, 지혜가 가치 있는 인생의 인도자임을 증명해 보이고(1,16―5,23), 지혜의 본질을 드러낸 다음(6,1―9,18), ‘이집트 탈출’에 관하여 기다랗게 묵상한다(10,1―19,21). ‘이집트 탈출’에서 이스라엘은 하느님의 정의를 발견한다. 하느님의 정의는 백성에게 참된 지혜를 전해 준다. 이제 앞으로 모든 지혜는 정의의 실천을 뜻하고, 정의를 참으로 실천하면 반드시 해방을 낳게 되어 있다.

-출처: 21세기 해설판 성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