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수기

약속된 땅을 향하여 나아가는 길

서 언

  이 책을 민수기라고 부르는 이유는 광야에 있는 히브리 백성에 대한 호구조사로 시작하고 있기 때문이다.

  히브리인에게, 이집트에서 벗어난 탈출은 약속된 땅을 찾아가는 지루하고도 힘겨운 길이었다. 이 책에서 그 길은 온 백성의 조직된 장엄한 행진으로, 행렬 또는 군대로 바뀐다. 이스라엘 지파들이 모두 모여 하느님의 군단을 이루고 각 지파가 자기 깃발을 들고 질서 있게 대열을 지어 나아간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의 중심에는 계약 궤가 있다. 이 사실은 민수기가 역사 사실을 이야기하려 하지 않고 전언(메시지)을 우리에게 전달하려 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이렇게 민수기는 선조들이 가나안 땅에 이르기 위하여 이집트 노예살이에서 빠져나온 것과 똑같은 모양으로, 하느님 백성 전체는 예수님께서 약속하신 하느님 나라를 향하여 순례하고 있고 나아가고 있다는 전언을 주고 있다. 민수기에 나오는 조직화는 하느님 백성 가운데서 기능은 나뉘어야 하지만 모든 기능이 하느님의 계획을 실현한다는 단 한 가지 목표를 겨냥해야 함을 보여준다. 중심에 있는 계약 궤는 그 길에서 하느님이 늘 당신 백성 가운데 계심을 가리켜 보이고 있다.

  민수기는 또한 아주 현실적으로 그 조직 안에는 끈질긴 갈등이 있고(민수 16) 또 그 백성의 우두머리들이, 자기들이 공동체 안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면서도, 허약함과 무기력함에 빠짐을 보여준다.

  민수 22―24에서는 발라암과 그의 나귀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이 이야기를 가지고 민수기는 약속된 땅을 향하여 나아가는 하느님 백성의 길에 늘 예언자를 위한 자리를 남겨두어야 함을 보여주고자 한다.

  광야에서 지낸 기간은 하느님의 백성에게 규율을 잡고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간이었다. 자유롭다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다시 노예의 처지로 돌아가지 않기 위해서는 참된 자유를 생활화하는 법을 배워야 하고 그 자유를 끊임없이 쟁취해야 한다. 광야에서 이스라엘인들은 편안하게 안주하고, 실망하고, 후퇴하려하고, 주님과 영도자들을 불신하고, 미련하게 행동하는 등 수많은 잘못과 유혹을 이겨내야 한다. 그런 상황과 부딪치면서 이스라엘 백성은 참으로 자유롭게 산다는 것이 무엇을 뜻하는지를 발견한다. 참된 자유는 생명을 지향하는 자유에 바탕을 둔 정의롭고 형제애에 넘치는 사회를 세우기 위해 몸 바치는 데 있음을 발견한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민수기는 우리에게 철저한 변형과 변혁은 그 어떤 것이 되었든 길고도 힘겨운 교육 과정을 거쳐야 함을 가르쳐 준다.

-출처: 21세기 해설판 성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