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내와 함께 외출할 때였어요

방문을 나서려는데,

침대의 이불이 삐둟어져 있었어요.

그냥 갈까 하다가

어쩌면 이게 나의 마지막 모습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떠올랐습니다.

발길을 돌려  

이불을 가지런히 해두고  밖으로  나갔습니다.

저는 회사에서 퇴근할 때는

책상을 말끔히 정리하고 나갑니다.

청소하는 아주머니께서

저와 식사를 하던 도중에 이런 말씀을

하시더군요.

"실장님 책상이 항상 깨끗이치워져 있어서

어떤 분인가 궁금했습니다."

제가 책상을 말끔히 치우는 이유는

오늘의 삶을 마감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내일은 오늘의 연장이 아니라

또 하나의 새로운 삶이 시작되는 것이니까요.

어느날 갑자기 죽음이 찾아온 뒤

누군가 저의 짐을 정리하려 온다면

너저분한 책상은 그분에게도 예의가 아닐테고요.

열정적인 삶을 살다간

스티브 잡스에게 죽음은 최고의  스승이었습니다.

"죽음은 삶이 만든 최고의  발명"이라고

극찬했을  정도였어요.

매일 아침 거울을  보며

오늘이 내 인생의 마지막 날이라는  심정으로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우리 삶은  유한합니다.

지금 뺨을 스치는 바람, 하얀  구름,

꽃과 나무와도 언젠가 이별을 해야 합니다.

비록 잡스처럼

담담히 죽음을 맞을 수는 없을지라도.

삶과 이별하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삶의 마지막을

준비하는 일이 삶의 마지막  공부이니까요.

      "순간을 금처럼 여기시기를.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