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의 모습

 (제 13 모습)

예수님은 십자가 위에서 죽으셨다.

나름대로의 구원을 찾는 사람들은

고통이 연상된다는 이유로 예수님에 대해

별 호감을 갖지 않는다.

고통을 잘못 해석해서

상처를 입은 사람들을 나는 많이 알고 있다.

스위스의 분석심리학자 칼 구스타프 융은

고통에 대한 붓다와 예수님의 태도를 비교하면서,

고통을 당해  본 예수가 붓다보다 더 인간적이고

현실적이라고 분석했다.

"붓다는 고통뿐 아니라 기쁨마저 포기한다.

그는 감성과  감정을 잘라 버려 실제적으로 인간적이지

못하다"

하지만 융에게는 고통을 견뎌 내는 것이야말로 본래

인간이 가야 할 길이었다.

"고통은 극복되어야 한다.

고통은 견딤으로써만 극복될 수 있다.

그러면서 융은 자신의 연구실에 걸린 십자가를

가리켰다.

그는 고통에 대한 올바른 자세를

배울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십자가에못박혀 돌아가신

예수뿐이라고 말했다.

예수님은 고통을 엄청나게 경험하셨다.

사람들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고 그들의 병과 곤경을

살피셨다.

고통을 피하지도 자초하지고 않으셨다.

사람들이 배척할 때, 유다가 배반할 때, 제자들이

떠날 때, 그분은 상심했다.

예수님은 온갖 고통을 두루 겪으셨다:

고독, 버림받음, 모욕, 비웃음, 십자가에 못박히심. . .

고통의 정점은 죽음이었다.

적대자들의 야유와 조롱을 들으며 제자들에게마저

버립받은 채 십자가에 못박혔다.

그렇다.

"나의 하느님, 나의 하느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십니까?

라는 예수님의 절규성 기도는 하느님께 버림받는 자의

신세한탄이기도 하다고  일부 신학자들은 말한다.

십자가 위에서 예수님은 자신을 죽음 앞에 방치하는

하느님께 어떻게든 매달려 보려고 안간힘을 쓸 수밖에

없었다.

예수님의 고통 경험은 초기 그리스도인들에게

위안과 격려가 되었다.

그 경험은 고통으로부터의 도피를 막아 주었고 박해를

견딜 힘을 주었다.

바야흐로 고통에 대한 비인간적인 견해들이 횡행하였다:

고통에 대한 책임은 자신에게  있다는 둥, 모든 고통은

자업자득이라는 둥, 고통을 죄책감이나 자학과 관련짓게

마련이다.

자초한 고통도 있겠지만, 당할 수밖에 없는 고통도 있다.

나는 예수님의 수난사를 읽고 깊이 묵상하면서 내 고통이

누구 탓인지, 내 탓인지, 남 탓인지, 하느님 탓인지 더 이상

묻지 않았다.

고통이 닥쳐올 때

피할 수 없으면 그냥 받아들인다.

혼자만 당하는 고통이 아니라는 사실도 안다.

나는 예수님과 결속되어 있음을 체험한다.

많은 사람들은 고통과 굴욕과 억압 속에서도

예수님과 결속되어 있음을 체험한다. 이 체험을 통해

자신의 존엄성을 지킨다.

고통은 내 삶의 신비가  무엇인지 깨닫는 곳이다.

그곳에서 하느님은 내가 고통당할 때 당신의 자애로운

손길로 나를 보듬어 주시는 분으로 새롭게 나타나신다.

여러분은 고통당한 사람,

사랑하는 이를 잃고 슬퍼하는 사람들을 어떻게 대합니까?

그들 곁에 다가가 손 내밀 수 있습니가?

               안젤름 그륀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