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가는 아름다움에 관하여]

늙으면 늙은 대로 아름답다는 사람이 있고, 

그 은은하게 늙어가는 아름다움이야 말로 진짜 아름다움이라는 사람도 있고, 진짜 곱게 늙어가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노미(老美)는 말조차 

어색할 만큼, 자연스럽지 않은데가 있다. 

미안하지만 그 강변은 접어서 듣는 편이 낫다. 
본질적으로 아름다움이란 생명체가 피어나는 절정기에 대한 예찬들이 아닌가한다. 

꽃도 짐승도 그때가 유독 아름답다. 

사람만이 예외일수야 있으랴! 

젊음의 빛이 사그라들 때 하나둘씩 생겨나는 늙음의 징후들.. 

그것들이 아름답지않은 까닭은 뭘까? 

아름다움이란 정의를 바꿔야할 것 같다. 

그것은 삶 자체이다. 

살아있는 일의 절정, 그것이 아름답다.  

그렇다면 그 절정이 기우는 일은 추(醜)의 낌새를 지닌다. 

노추(老醜)는 철 덜든 늙은이가 부리는 욕심과 미련이 아니라, 늙음 그 자체의 특징이다. 

추(醜)를 느끼는 건,  

가슴 아프게도 죽음의 그림자 때문이다.  

죽음에 대한 불안과 공포, 

그것이 인간의 미추에 깊이 관여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우리의 미감(美感)을 의심하게 된다.  

그건 생명을 지탱하라는  

조물주의 엄명에 대한 고개 끄덕임 이상이 아니지 않은가?

흰머리, 눈. 코. 입. 귀가 시원찮아지는 것, 

관절의 부실, 아픈 허리, 성욕감퇴, 흔들리는 치아, 기억의 쇠미, 체력의 약화, 주름살, 검버섯, 모든 미색의 퇴조. 

그 가운데서도 삶의 미립(경험을 통하여 얻은 묘한 이치나 요령)들을 깊이 내면화하여 아름다운 표정과 태도를 지니는 사람이 있다는 건, 기적이다.

늙어가는  사람의 아름다움에 대해  

경배(敬拜)하는 것은,  젊음을 유지하는 비결에 대한 예찬(禮讚)이 아니라, 저 모든 노후화 속에서도 의연한 정신에 대한 감탄이리라!!..

               "늙어서 찾는 아쉬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