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에 대한 다양한 태도 ( 6 )

                           저자 송 용민 신부

우리가 신앙생활을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내가 살아가는 이유, 내 존재의 이유를 분명히 묻고, 내게 물음을 던지시는 하느님을 향해 나 역시 물음을 던지기 위함이 아닐까요?

우리는 하느님께서 주신 생각하는 능력 덕분에 누구나 믿고 있는 대상인 하느님에 대해 생각할 수 있고, 믿고 있는 내용에 대해 헤아려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헤아림의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질 수 있을 때, 우리는 참된 신앙인의 길에 들어서는 것이지요.

신앙인이라고 해서 누구나 같은 형태의 믿음을 갖고 사는 것은 아닙이다. 세 가지 정도의 신앙 형태가 있습니다.

첫째, 맹신과 근본주의

이는 무조건 믿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태도입니다.

무조건 믿으라는 요청은

자신의 믿음을 절대시해서, 상대방이지닌 가치나 신념을 거부하는 배타적 신앙입니다.

그러나 자신이 지닌 믿음의 확신 때문에 다른 종교인이나 다른 믿음 체계를 잘못되었다고 말하는 것은 성숙한 신앙인의 태도가 아닙니다.

믿음은 인간 본질의 문제이기에, 어떤 종교적 신념이라도 그것이 인류의 보편적 가치에 상응할 때 받아들여질 수 있습니다.

가톨릭 신앙은 말 그대로 '보편적' 신앙입니다.

보편적이란 말은 어느 시대, 어느 민족, 어떤 장소에서도 믿고, 바라고, 희망할 수 있는 그런 믿음을 뜻합니다.

둘째, 선택적 믿음, 카페테리아 신앙

이는 내가 믿고 싶은 것, 믿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만 골라서 믿는 태도입니다. 이른바 '선택적 믿음' 또는 '카페테리아 신앙'이라고 부릅니다.

사실 가톨릭 신자라고 해서 가톨릭의 모든 교리를 이해하고 믿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성경 구절이나, 교리의 내용은 이해가 되지 않고, 마음에 와닿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가톨릭 교리 가운데에는 현실과 동떨어진 것처럼 여겨지는 가르침도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암묵적으로 내 맘에 드는 것들, 내가 이해할 수 있는 것들만 취사선택해서 믿으려고 합니다.

내가 성당에서 얻고자 하는 것, 곧 마음의 평화나 기도생활의 즐거움만 얻으면 되지, 굳이 모든 교리를 알 필요가 없다고 쉽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반쪽짜리 신앙이 될 위험은 있습니다.

믿음은 알면 알수록 더 깊어지는 사랑입니다.

알면 더 많이 보이고 더 사랑할 수 있듯이, 잘 알아야 더 사랑할 수 있습니다.

셋째, 합리적 믿음, 냉소주의

내가 믿는 것은 다 합리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태도입니다.

따라서 논리에 맞지 않으면 잘못된 신앙이라고 치부합니다.

가령 하느님의 존재를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없다는 문제에서, 선하고 정의로우신 하느님이 세상의 악과 고통을 의인에게 허락하신다는 모순은 물론 세상의 창조와 진화에 대한 믿음 사이에서 의문을 제기하기도 합니다.

믿음은 본래 합리적이지도 상식적이지도 않기에 이들은 쉽게 희의를 느끼거나 하느님의 존재를 수용하지 못해 합리적 무신론에 빠지고 맙니다.

교회의 가르침이나 교리들이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없는 비합리적인 내용이기에, 신앙은 윤리적인 차원에서만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신앙은 증명되는 것이 아닙니다.

신앙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 더 소중하고 가치 있는 것이라는 태도를 선택하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신앙은 삶으로 고백해야 합니다.

과학은 실험을 통해 증명되지만 신앙은 삶으로 증언될 때 살아있는 진리로 확신 됩니다.

                  "신학하는 즐거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