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을 통한 믿음

(요한20,24-27)

요한은 토마라는 인물을 통해

어떻게 부활 신앙이 의심을 거치며 자랄 수 있는지

묘사하고 있다.

토마는 의심하는 사람이었다.

우리의 신앙도 의심 때문에 흔들리는 경우가 많아,

우리는 토마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곤 한다.

그는 호감 가는 사람이다.

우리가 느끼는 바를 정확히 대변하는 사람이었다.

예수께서 부활 저녁에 제자들에게 나타나시어 그들에게

성령을 불어넣으셨을 때 토마는 그자리에 있지 않았다.

제자들이 그 이야기를 해주었을 때

토마는 듣는 것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었다.

토마는 제자들에게 "그분 손에 있는 못자국을 눈으로 보고,

그 못자국에 손가락을 넣어 보고, 또 그분 옆구리에 손을 넣어

보지 않고는 결코 믿지 못하겠소"(요한20,25)하고 대답했다.

사실 그는 남이 하는 이야기를 믿기만하는 것으로는 만족할

수 없었다. 스스로 보고, 스스로 더듬고, 스스로 만져보고 싶었다.

그래야 믿을 준비가 되는 것이다.

우리의 신앙은 체험을 필요로 한다.

남들이 말하는 것을 참이라고 인정하기만 하는 것은

우리의 존엄성을 거역하는 일이다.

하느님과 부활을 체험하고 싶은 우리의 원의는  정당하다.

그래서 예수의 상처를 만져보고서야 비로소 부활을 믿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 고통 속에서 죽은 자가 다시 살아났다는 것이

믿어지지가 않아서, 십자가에 죽으신 예수와 부활하신 주님이

동일인물이라는 증명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십자가상에서 예수의 예기치 못한 죽음은 그의 메시아 신앙을

흔들어 놓았음이 분명하다. 그렇기 때문에 부활을 믿는 데는 납득할

수 있는 증거가 필요했을 것이다.

요한이 복음서를 쓰던 1세기 말경, 그리스도인들이 모일 때는

흔히 문을 잠그곤 했다. 로마 공권력의 추적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잠긴 문은 그들이 아직 두려움 속에 살고 있으며, 부활하신 주님과의

만남이 아직은 미더운 신앙으로 자리잡지 못했음을 뜻한다.

매주일 그리스도인들이 빵을 나누기 위해 부활하신 주님께로 모일 때

예수께서는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라는 인사말과 함께 제자들 가운데로

들어오신다.

요한은 우리가 매주 성찬례에 참여하면서 부활하신 주님의 현존에 대한

신앙을 어떻게 배울 수 있는지 토마를 통해 보여주려 한다.

예수께서는 막달라 마리아에게 거절하셨던 것을 토마에게 허락하신다.

그것은 바로 당신의 손과 옆구리를 만지는 일이었다. 부활 저녁 주님은

제자들에게 당신의 손과 옆구리를 보여주기만 하셨다. 그러나 지금은 토마

에게 손가락을 못자국에 넣어 보고 손을 당신 옆구리 상처에 넣어 보라

이르신다.

성찬례 때 예수께서는 우리 가운데 계실 뿐만 아니라 당신을 만지게까지

하신다. 주님이 빵의 형상으로 당신 몸을 우리 손에 놓아주시면 우리 손

가락이 그분의 상처를 만지는 것이다. 그 빵은 우리와 세상의 생명을 위해서

바치신 주님의 몸이기 때문이다. (요한6,51참조)

그리고 우리가 잔을 마실 때는 주님의 옆구리 상처에서 흐르는 피를 마시는

것이다. 그러면 예수께서 토마에게 허락하신 것과 똑같은 기적이 이루어진다.

우리가 믿음으로 손가락을 그분의 상처에 넣고, 우리 손을 그분 옆구리의 상처에

넣으면 주님의 상처에서 믿음의 기적이 일어난다.

이때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이는 내 안에 머물고 나도 그 사람 안에

머뭅니다."(요한6,56)라는 성찬례의 약속이 이루어 진다. 이렇게 씹으면서 나는

부활하신 주님의 몸을 정말로 만진다. 바로 주님의 상처를 만지는 것이다. 이 상처

에서 우리에게 주님 사랑의 기적이 일어났다.

요한에게 상흔은 예수께서 당신 벗들을 위해 바치신 사랑의 표징이다. 모든 감각을

동원하여 하늘이 내린 성찬례 빵을 씹어먹는 일이 요한에게는 모든 감각으로 애인의

사랑을 만끽하는 키스와 같은 것이었다. 그리고 옆구리에서 흐르는 피, 포도주를

마실 때 우리는 아가의 노래를 따라 부른다.

"그대 사랑 포도주보다 달아라"(아가4,10)

그러나 부활하신 주님이 진실로 우리 가운데 계시고, 그분의 몸과 피 안에서

주님이 우리를 만지신다는 것을 참으로 믿을 때에만 그리스도의 몸과 피, 빵과 포도주안에서 이 사랑이 느껴질 수 있다.

                      "부활의 기쁨"

                   안젤름 그륀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