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도 숙성기간이 필요하다.

저녁 자리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어떤 분이 동석한 친구분에게 충고를 했습니다.

제가 듣기에도 좀 과한 듯했어요.

아니나 다를까 그 친구분이 화를 내고

벌떡 일어 났습니다.

갈등의 화근을 만든 사람은

자기잘못을 전혀 깨닫지 못하고 있었어요.

"내가 못할 소리를 했어?

그런 일을 갖고서 뭘. 나는 속에 있는 것을

꿍하고 감추지 못해"

그 말에 제가 주제넘게 끼어들었습니다.

"친구 간에 물론 그런 말을 할 수는 있지요.

그러나 청하지 않는 충고를 굳이해야 했을까?

그리고 화통하다고, 뒤 끝이 없다고 해서

속에 있는 생각을 그냥 쏟아내는 것은 미덕이

아니예요.

생각에도 숙성기간이 있어야 하니까."

"나는 지금까지 이렇게 살아왔어요.

환갑인 이 나이에 그걸 바꿔야겠냐고!"

"그럼 바꿔야지오

환갑이라면 입으로 바꿀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네요.

평생 같은 밥을 먹었다면 이제 부터라도

밥과 반찬을 바꿀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네요.

평생 같은 밥을 먹었다면

이제부터라도 밥과 반찬을 바꿀 필요가

있지 않나요.

인생의 맛이 달라질 테니,

자신의 생각을 솔직히 털어놓는 것은

좋은 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마음속에 생각을

담아두지 않고 거리낌없이 쏟아내다 보면

내 속은 편하겠지만 상대는 스트레스를 받게

됩니다.

그것은 타인에게

배려 없는 행동으로 비쳐질 수 있습니다.

좋은 술을 만들려면

숙성기간이 있어야 하듯 말과 생각도

숙성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요즈음 우리 사회에 대립과 갈등이 끊이지

않는 것은 숙성되지 않은 말과 생각이 넘쳐난

탓입니다.

가슴으로 숙성시키지 않은 체

입과 손가락으로 함부로 배출하기 때문입니다.

말을 생각의 그릇에 오랫동안 담아두세요.

잘 숙성된 술처럼 은은한 향기가 날테니까요.

      "말의 힘은 대단히 큼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