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영화 시작 전

  주님, 당신께서는 죄인들과 함께 식사를 하셨으며 그들이 먼저 하느님 나라로 들어

갈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또한 율법에 얽매여 다른 이들을 비난하며 스스로 의롭

다고 자부하던 이들을 독사의 족속이라고 부르셨습니다. 결국 이제 그 독사의 족속들

이 당신께 복수하려고 합니다. 당신께 비난과 욕설을 퍼부으며 감히 사형선고까지 내

립니다.

  어느새 당신 앞에 고통의 십자가가 놓여 있습니다. 아니, 우리의 십자가가 여기에 있

습니다. 이제 당신께서는 우리의 십자가를 인류의 십자가를 지고 가십니다. 우리를 대

신하여 귓가를 찢는 채찍소리와 군중들의 야유와 조롱을 묵묵히 침묵으로 응답하시며

그 고통의 길을 걸어가십니다. 갈증과 허기, 끔찍한 채찍질의 고통, 어깨를 짓누르는

십자가의 무게 그 앞에서 결국 당신은 넘어지셨습니다. 십자가의 온 무게가 당신을 짓

누르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의 죄가 당신을 계속해서 쓰러뜨렸습니다. 어느새 유혹에

흔들려 또다시 지은 죄들의 무게가 당신을 쓰러뜨린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믿습니다. 가난하고, 병들고, 굶주리고, 소외된 이들의 그 무거운 짐

을 당신께서는 다시 짊어지고 일어나실 것입니다. 우리의 구원을 위하여 죄의 사슬을

끊어버리기 위하여 다시금 일어나실 것임을 우리는 믿습니다.

  하지만 당신께서는 이 고통과 수난의 십자가 앞에서 다시 넘어지셨습니다. 당신의

두 눈은 피땀으로 얼룩져 앞을 바라보기도 어려우십니다. 주님, 일어나지 마십시오.

제발 그 자리에서 그대로 영을 거두십시오. 골고타 언덕 위에서 무슨 일이 있을지 너

무나도 잘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하지만 당신께서는 미친 듯이 내리치는 채찍질을

참으며 다시 일어나십니다. 죽음보다 강한 사랑으로 다시 십자가를 지십니다. 가슴 터

지는 사랑의 힘으로 우리 모두의 구원을 위하여 해골 산으로 올라 가십니다.

  해골 산 위에서, 그 고통의 길 위에서 이제 당신이 가지고 계신 것은 몸에 걸친 옷뿐

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그것마저 빼앗아 버립니다. 그들의 끝없는 탐욕이 주님을

알몸으로 만들어 버립니다. 하지만 당신께서는 가지고 있던 마지막 옷마저도 내어줌

으로서 십자가를 드러내셨습니다. 당신을 비우심으로서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내셨습

니다.

  꽝! 꽝! 꽝! 당신의 손과 발에 못을 박는 둔탁한 망치 소리는 세상 만물의 고개를 떨

구게 하며  죄에 찌는 제 마음의 문을 두드립니다. 제 가슴을 울리는 망치 소리와 함께

십자가 위에서 흘리신 당신의 성혈이 해골산을 적십니다. 당신의 성혈이 우리의 죄를

씻어주고 온 누리를 새롭게 합니다.

  이제 우리는 'The Passion of the Christ'라는 영화를 통해 십자가의 길을 묵상하면

서, 죽음 보다 강한 주님의 사랑을 우리 가슴에 새기며 주님의 수난과 고통에 동참하

도록 합시다.

예수님께서는 인간의 모습으로 나타나셔서

당신 자신을 낮추셔서 죽기까지,

아니 십자가에 달려서 죽기까지 순종하셨습니다.(필립비 2,7-8)

                        영화 감상

2. 영화가 끝난 후

 
  주님, 이제야 깨닫습니다. 당신께서 겪고 있는 수난과 고통의 원인이 바로 저였다는
 
것을.... 당신 죽음의 고통을 더더욱 무겁게 한 것이 저였다는 것을...  사실 잊고 살았
 
습니다. 아니, 잊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주님, 이제라도 저로 하여금 저의 죄를 먼저
 
바라볼 수 있도록 용기를 허락하소서. 죄에 물든 저의 모습을 똑바로 보고 그 죄를 위
 
하여 울 수 있도록 이끌어 주소서.

  하지만 두렵습니다. 또다시 저희가 넘어질까 두렵습니다. 결코 당신이 걸으신 그 수
 
난과 고통의 길을 끝까지 가지 못할 것이라는 나약함이 저희를 붙잡고 있습니다. 하지
 
만 잊지 않겠습니다. 당신 역시 넘어지셨고, 다시 일어나셨다는 것을...  그리고 저 또
 
한 넘어져 있지만, 다시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주님, 그렇게 일어서기 위해 무엇보다도 먼저 제 몸에 걸친 가식을 벗겨주십시오. 제
 
몸에 두른 욕정을 벗겨주십시오. 그리하여 저 역시 당신의 벌거벗은 사랑을 이 세상에
 
실천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소서. 온갖 탐욕에서 벗어나 빈 몸으로 당신의 십자가와
 
사랑을 이 세상에 드러낼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인간의 죄 때문에, 우리의 죄 때문에, 나의 죄 때문에 그 무거운 십자가의 고통을 지
 
고 가신다는 것,  또한 그 십자가가 우리를 살리기 위한 길이었다는 것을 늘 마음에 새
 
기며 살아가겠습니다. 그리고 이제 그 고통스러운 십자가의 길로 우리를 초대하시는
 
당신의 부르심에 기꺼이 응답하여 당신 함께 성삼일을 보내며 온 마음으로 이 길을 걸
 
어갈 수 있도록 이끌어 주소서. 아멘.